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상과 해양, 항공·우주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목적에서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AI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지분 26.41%를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공단이 2대 주주로 지분 10.33%를 쥐고 있다. 이 회사는 1999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3사의 항공 부문을 통합해 출범했다. 출범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통해 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수출입은행이 앞으로 KAI 민영화 차원에서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한화그룹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분석이 많다. 대우조선 인수를 결정한 한화그룹이 KAI까지 사들이면 명실공히 종합 방산기업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항공우주 사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인 김 부회장은 직전까지 이 회사의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아 항공우주 사업을 총괄했다.
인수금액은 1조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날 KAI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42%(1200원) 내린 4만83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4조8250억원이다. 이날 종가를 반영하면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1조24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30%가량)을 감안할 경우 지분 가치는 1조62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KAI 인수에 대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을 놓고 시장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대우조선은 전날보다 2950원(13.41%) 급등한 2만495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인수 주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80%) 한화시스템(-7.17%) 등 한화 주력 계열사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는다. 2008년 좌초됐던 인수 시도가 14년 만에 성사되는 분위기다. 이번 인수전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후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만나게 된다.한화그룹은 특수선 기술력을 갖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그룹 주력사업의 한축인 방산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한화그룹, 2조 규모 유증…대우조선 지분 49.3% 인수 추진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해양과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MOU에 따라 한화그룹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같은날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는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한화그룹은 계열사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와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을 포함해 모두 6개 계열사가 투자에 참여하기로 했다.한화그룹은 "투자사들은 상세 실사 후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올해 11월말께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2008년 6조원대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으나 서브프라임 사태 등 여파로 무산된 바 있다. "대우조선에 R&D 투자해 미래 방산 기술 확보"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조선업 진출과 함께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란 관측이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기존의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는 만큼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중동·유럽·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 공유와 대우조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한화그룹은 설명했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 관련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의 조선, 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로 확고히 자리 잡을 계획"이라며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할 경우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고 한화 측은 전했다.한화그룹 측은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한화그룹이 2조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2001년 워크아웃(재무개선작업) 졸업 후 줄곧 산업은행 품 안에 있던 대우조선은 21년 만에 새 민간 주인을 맞게 됐다. 육상과 항공 부문 방산사업을 하는 한화그룹은 국내 1위 함정 건조업체인 대우조선을 손에 넣으면서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이 55.7%에서 28.2%로 줄어들며 2대주주로 남는다.이번 투자 유치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조건부 합의를 한 뒤 경쟁입찰을 벌여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는 인수합병(M&A) 방식이다. 한화그룹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오면 최종 투자자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화보다 더 나은 매수자를 찾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포기했다. 당시 6조3000억원을 써냈지만 현재 대우조선 인수가는 2조원으로 줄었다. 대우조선의 몸값이 떨어진 게 한화그룹이 민수와 방산 부문을 모두 떠안는 ‘통매각’을 받아들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한화 측은 “방산과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한다”며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종합 방산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이인혁/강경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등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인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은 49.3%의 지분율로 1대 주주에 오른다. 5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28.2%의 지분만 남겨놓을 예정이다. 유상증자로 대우조선 자본 2조원 확충산업은행은 2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화그룹과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 유상증자를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발표했다. MOU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하고 한화그룹은 모두 2조원을 투입해 49.3%의 지분을 확보한다. 유상증자에 참여할 한화그룹 계열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세 곳(1000억원)이다. 2조원은 고스란히 대우조선에 투입돼 설비투자 및 운전자금 등으로 활용된다.산업은행 하나은행 등 기존 대우조선 주주들의 지분은 그만큼 희석된다. 현재 1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는 대로 보유 지분(55.7%)이 28.2%로 떨어지게 된다. 8.4%를 갖고 있는 하나은행도 4% 안팎까지 지분율이 하락할 전망이다.유상증자 가격은 주당 1만9150원으로 결정됐다. 증권 발행 규정에 따른 기준가격에서 10% 할인된 가격이다. 대우조선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거래 중인 종목인 만큼 과거 1개월 또는 1주일 가중평균주가 등을 반영해 기준가격을 산출했다는 게 산은 측 설명이다.대우조선 영구채를 보유 중인 한국수출입은행도 향후 출자 전환을 통해 지분을 일부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수은은 2조338억원어치 영구 전환사채(CB) 지급이자를 유예해주고 있는데, 이에 따른 미지급 이자만 올해 2분기 기준 1192억원에 이른다. 수은 관계자는 “영구채는 일단 그대로 보유하되 미지급 이자에 대해서는 내년 유상증자에 맞춰 출자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이에 따른 지분 취득은 전체 주주 구성을 흔들 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이 같은 지배구조는 2019년 현대중공업 인수 때보다 크게 단순화됐다는 평가다. 산은은 당시 현대중공업과 합작 지주사를 만든 뒤 해당 지주사에 대우조선 지분(55.7%)을 출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산은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현대중공업과 달리 조선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가져갈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경쟁입찰이라지만…한화, 단독 참여할 듯산은은 27일 경쟁 입찰 공고를 내고 대우조선 매각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한다. 먼저 대우조선이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계약을 맺고, 이후 경쟁 입찰을 거쳐 투자자를 최종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이다. 입찰 과정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한화그룹이 예정대로 대우조선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된다.입찰의향서(LOI) 접수는 공고일 후 3주간 이뤄진다. 이후 자산·부채 실사(총 6주·기본 4주+추가 2주)를 거쳐 이르면 오는 11월 말께 최종 투자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이 이뤄질 예정이다.마지막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거래 종결(딜클로징)은 기업결합 및 방위사업체 인수 승인 등 국내외 인허가를 받은 후 진행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산은 측은 “한화그룹 이외 투자자가 나오지 않는 한 올해 말 본계약을 맺은 뒤 내년 상반기께 딜클로징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인수 때와 달리 현행 경쟁 체제가 고스란히 유지되는 만큼 국내외 당국의 인허가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