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를 적극적으로 내놓는 것에 대해 일각의 비판이 일자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작심하고 반박했습니다.

이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가 없다면) 아무런 미래 전망을 주지 않고 그때그때 시장이 반응하는 과거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는 "이 총재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 후 베이비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을 하겠다고 하더니 입장을 바꿨다"는 취지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한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선 이후 "경제 상황 전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8월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올리더라도)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했습니다.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뒤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연 3.4%에서 4.4%로 1%포인트 높여 잡는 등 Fed발(發) 쇼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습니다. 이는 한은의 기존 전제와도 거리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총재는 FOMC 직후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의 최종 금리 전망이 전제조건에서 벗어났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다시 열어뒀습니다. 그러자 일각에서 이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비판이 나온 것입니다.

이 총재는 이러한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이 총재는 "저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조건부"라며 "조건이 바뀌면 시장이 미리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입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8월 물가와 성장 전망 경로가 7월에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한 것"이라며 "당시에도 9월 Fed 결정을 보고 어떻게 조정할지 판단하겠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스1
실제 이 총재의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발언을 보면 "현재 예상하는 물가와 성장 경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며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또 "향후 인플레이션 속도나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이를 잘 점검하면서 정책 결정의 시기와 폭을 결정해 나가겠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이 총재는 과거 총재와 달리 포워드 가이던스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지만, 일부에서는 "총재의 메시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포워드 가이던스 행보를 수정하지 않을 뜻을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시장이 전제조건을 생략한 채 포워드 가이던스를 반영하고 있다"며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으면) 다시 옛날 상태로, 아무런 미래에 대한 얘기나 전망을 주지 않고 그때그때 반응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건 시장 안정을 위해 더 안 좋은 일"이라며 "제가 부탁할 것은 앞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면 '조건부'라는 걸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해서도 '소신 발언'을 내놨습니다. 이 총재는 "Fed와 정보 교환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론적으로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Fed의 통화스와프에는 내부 기준이 있다. 글로벌 달러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문제가 있을 때 논의하게 돼 있다"며 "Fed의 전제조건이 맞을 때, 그 근처일 때 얘기하는 것이 맞지, 조건이 맞지 않는데 지금 마치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저자세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통화스와프는 신용위험에 대비해 필요하지만 통화 가치 절하를 방어하기 위해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미국과 상시적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영국만 봐도 절하율이 더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