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계열사를 쪼개고 합치는 방식으로 그룹 리모델링에 나섰다.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달 각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을 전후해 그룹 사업 재편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룹 역량을 태양광·방위산업에 결집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 재편 후속으로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작업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태양광·방산에 힘…'김동관의 한화'로 리모델링

첨단소재 소수 지분 처분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은 백화점사업인 한화갤러리아와 첨단소재 부문(한화첨단소재·자동차 경량 소재와 EVA 시트 부문)을 분할하기로 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인적분할하고, 한화첨단소재는 물적분할한다.

이번 분할로 한화솔루션 주주는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예컨대 한화솔루션 주식 10주를 보유한 주주는 존속 한화솔루션 주식 9주와 한화갤러리아 주식 10주를 받는다. 한화첨단소재는 한화솔루션의 100% 자회사가 된다.

한화솔루션이 물적분할하는 첨단소재는 이 회사의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한화솔루션 영업이익에서 첨단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했다. 한화솔루션은 물적분할로 신설되는 한화첨단소재 소수 지분(49% 안팎)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수천억원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은 매각자금을 미국 태양광 설비 구축에 쓸 계획이다. 이 회사는 미국 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텍사스주 태양광 패널·잉곳·웨이퍼·셀 생산설비에 18억달러(약 2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을 분할·매각하는 한편 흩어진 계열사를 합병해 방산사업을 키우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 방산 부문을 합병하는 동시에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다. 지상부터 우주 분야까지 아우르는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너지, 한화 흡수합병하나

한화그룹 사업 구조 재편은 3세 승계와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 방산 부문 통합의 이면에는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승계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태양광·방산·화학 부문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한화생명 등 금융 부문을,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호텔·리조트·유통 부문을 관할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같은 승계 작업을 간결하게 하기 위해 흩어진 태양광·방산을 합치고, 한화솔루션에 뭉쳐 있는 유통사업을 쪼갰다는 것이다.

한화에너지를 중심으로 추가 사업 재편도 전망된다.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이 지분 50%, 김 부사장과 김 상무가 각각 25%를 보유한 회사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 지분 9.57%를 쥐고 있다.

김 부회장→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옥상옥’ 구도인 만큼 한화가 한화에너지를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김 부회장의 ㈜한화 지분이 10~20%대로 불어나면서 사실상 승계 작업이 끝날 수도 있다. 후속 조치로 ㈜한화를 인적분할해 김 부사장과 김 상무가 각각 한화생명, 한화갤러리아 등을 확보해 독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