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앞바다서만 올해 참치 1만3천 마리 폐기…해변 악취 진동
기후변화 영향…동해서 잘 보이지 않던 참치 다량 잡혀
값비싼 참치 왜 동해에 버려지나 했더니…포획량 제한 때문
지난 7월 말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는 죽은 참치(참다랑어) 수백 마리가 파도에 밀려 나와 있었다.

참치가 썩으면서 내뿜은 악취와 부패한 살점으로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은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이렇게 죽은 참치가 해변으로 밀려온 것은 정치망 어선 어업인들이 잡았다가 버려서다.

어업인들이 맛있고 값비싸기로 소문이 난 참치를 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25일 경북도와 영덕군에 따르면 국제협약에 따라 참치는 포획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

이를 어기면 수산업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정치망 어선으로 올해 경북에서 잡을 수 있는 참치 물량은 74.4t이다.

그러나 이 물량은 7월 말에 모두 찼다.

이에 당시 영덕 앞바다에서 조업하던 정치망 어선 10여 척은 포획 한도가 다 찬 뒤에 잡은 참치 1만3천여 마리를 바다에 버렸다.

정치망은 자루 모양 그물에 테와 깔때기 장치를 한 함정 어구로 물고기가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는 어렵게 돼 있다.

정치망 어선 어업인은 그물을 끌어 올려야 어획물을 확인할 수 있어 처음부터 참치를 빼고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한도가 다 찬 상황에서 포획한 참치를 항구에 가져가서 팔 수도 없고 항구에 가져가도 어차피 폐기해야 하는 만큼 잡은 즉시 바다에 버리곤 한다.

참치는 잡혀서 바다 밖으로 나오면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죽은 상태로 버려진다.

폐사한 참치는 바다에 가라앉았다가 부패하면서 떠올라 파도를 타고 해변으로 밀려와 바다를 오염시킨다.

특히 기후 변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해류가 변화해 동해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참치가 최근에는 다량으로 잡히는 바람에 이렇게 폐기되는 일이 매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영덕뿐만 아니라 동해안 시·군은 참치 포획량(쿼터)을 확대하거나 정치망 어업처럼 어쩔 수 없이 잡은 참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배재현 영덕군의원은 최근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참치 어획 쿼터량 추가 확보 및 포획 참치 활용안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발의했다.

배 의원은 "참다랑어(참치) 쿼터제는 한정된 자원을 지키고 공평한 분배 원칙을 위해 지켜야 하는 제도지만 상황에 따른 제도 유연함이 필요하다"며 "영덕 어업인들 고통을 해소하고 생존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참치 어획 쿼터량을 추가로 확보하고 포획한 참치를 활용할 방안을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값비싼 참치 왜 동해에 버려지나 했더니…포획량 제한 때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