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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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중고’ 비상이 걸렸다.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수출이 늘어난다는 오랜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환율 쇼크’는 수요 위축과 경기 침체를 동반해 기업들의 시름이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0전 내린 1409원30전에 마감했다.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틀째 14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13년 만에 찾아온 1400원대 환율 탓에 원자재 구입비를 달러로 치러야 하는 기업들은 ‘악’ 소리를 내고 있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는 배터리 업체와 달러를 주고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수입하는 화학업체, 철광석·석탄을 들여오는 철강업체 등은 치솟은 환율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계 2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구매하는 양극재 가격은 ㎏당 42.37달러로 작년(21.81달러)에 비해 약 두 배로 뛰었다. 롯데케미칼이 들여오는 나프타 가격도 평균 t당 863달러로 작년(612달러)에 비해 41.0% 올랐다. 이는 2분기 기준으로, 3분기 환율은 전분기 말보다 100원가량 급등했다.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은 금리 급등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허덕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항공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0원 오르면 각각 3500억원, 2840억원가량의 외화평가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6월 말 부채비율이 6544.6%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외화평가손실은 올 상반기에만 416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983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항공기를 들여오기 위해 빌린 외화차입금이 6월 말 기준 4조8664억원에 달하다 보니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글로벌 수요마저 줄어들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당장 4분기 경영 계획과 전략을 새로 짜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이상은/강경민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