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은 거래소에서만 살 수 있다? 아니죠! 게임도 하고, 코인도 버는 'P2E'(Play to Earn) 게임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데요. P2E 게임을 하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요? 코인만 버는 게 전부일까요? 2n년차 게임 내공의 경제방송 기자가 '전자오락채굴단'을 통해 전해드립니다.
"게임으로 코인 번다"…P2E의 거의 모든 것 [전자오락채굴단]
"게임하면 밥이 나오니, 쌀이 나오니. 그 시간에 OO이나 더 해!"

예로부터 전자오락(게임)을 즐겨온 게이머분들이라면 여러 핍박을 경험해오셨을 겁니다. 부모님부터 시작해 배우자의 눈치, 또는 애인의 '한심하다'는 소리도 들어보셨겠죠. 오죽하면 모 게임사의 전 임원도 집에서 배우자가 게임하는 걸 보며 잔소리를 한 적이 있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은 생산성이 없는 소모적인 놀이'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젠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게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코인을 채굴하고, NFT를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겁니다. 이렇게 게임도 하고, 코인도 버는 게임을 이른바 'P2E' 게임이라고 부르는데요. P2E 게임은 일반 게임과 무엇이 다른지, 새로운 게임계의 표준이 될 수 있을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예전에도 아이템 팔아서 돈 벌었었는데?"…소유권 인정하는 P2E 게임
[자료사진 = 리니지 플레이 화면]


"리니지에서 성 하나 가지고 있으면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보다 잘 벌지!"

사실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일반 게임 이용자가 게임으로 돈을 벌어온 역사는 생각보다 깁니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과거 PC 리니지에선 성주가 되어 벌어들이는 세금 수입이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보다 낫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죠. 지금, 이 순간에도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에 접속하면 게임 머니와 아이디의 현금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P2E 게임은 뭐가 다른 걸까요? 게임을 통해 얻은 재화의 소유권을 이용자에게 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내가 어제 얻은 전설 무기가 내 것이지, 누구 것이냐고요? 예시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게임서비스 내 회사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기타 지적재산권은 회사의 소유입니다. 회사는 게임서비스와 관련하여 회원에게 회사가 정한 이용조건에 따라 게임이나 캐릭터, 게임아이템, 게임머니, 마일리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회원은 이를 제3자와 공유하거나 양도, 판매, 담보제공 등의 처분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인기 게임 '로스트아크'의 이용약관 일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게임 속 재화는 게임사의 소유이며, 내 캐릭터가 들고 있는 아이템은 게임사가 빌려주는 개념인 겁니다. 약관에 따르면 게임 재화의 현금 거래도 금지됐죠. 비단 로스트아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게임 역시 게임 이용자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P2E 게임에서 얻는 재화는 게임사가 아닌 게임 이용자 개인 소유가 인정됩니다. 컴투스가 출시한 P2E게임 '서머너즈워 백년전쟁'을 예로 들어보면, 게임 내에서 룬 제작 등에 활용되는 '마력의 가루' 아이템을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는 컴투스의 'C2X 스테이션'을 통해 게임 토큰으로 교환, 소유할 수 있죠. 물론 이 같은 과정은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 게임사가 게임 내 재화의 소유권 일부를 이용자의 것으로 인정했다는 겁니다.

즉, P2E 게임은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이용자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게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 '퍼니(Funny)'보다 '머니(Money)'…P2E 게임이 외면받는 이유

[자료사진 = 서머너즈워 백년전쟁 및 C2X 스테이션]
"우리가 언제부터 돈 벌자고 게임했나? 재밌으려고 게임했지"

게임 이용자들의 권리가 신장한다는 점은 게이머 입장에선 양손 들고 환영할 일이죠. 하지만 P2E 게임을 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은 따뜻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비판적인 여론이 더 크다고 느껴질 정도인데요. 가장 큰 이유는 P2E 게임이 'Play'가 아니라 'Earn', 즉 게임 자체가 아닌 돈을 번다는 '수익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겁니다.

현재 출시된 P2E 게임들만 살펴보더라도 게임을 통해 재화를 얻는 과정이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 반복 노동'에 가까운데요. 일부 게임은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는 재화는 광석을 캐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광석 앞에서 온종일 곡괭이질만 하는 캐릭터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죠.

전문가들 역시 고유의 '게임성'이 아닌 '수익성'에 집중한 P2E 게임은 장기 흥행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게임의 본질은 '즐거움'이기 때문에 흥미를 잃은 이용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고, 수요가 사라진 게임 코인의 시장가치 역시 하락한다는 겁니다. 결국 '게임'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배드 엔딩으로 귀결된다는 것이죠.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저가 줄어들면 가상자산의 유통 가능성과 시장에서 거래 가능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같이 내려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최근 출시되는 P2E 게임은 게임을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큰을 획득할 수 있도록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게임 내 퀘스트를 완수하거나 장비를 강화하면 보상으로 지급한다든지, 또는 게임에서 승리하거나 일정 등급에 달성하면 토큰을 지급하는 겁니다. 일부 게임의 경우 이용자가 직접 재료를 투입해 아이템을 제작하면 해당 아이템이 NFT로 제작돼, 게임 내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P2E MUST GO ON"…블록체인 게임이 지닌 잠재력은?

[자료사진 = 위메이드 유튜브 캡처]
"블록체인이 게임에서 꽃을 피울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매년 5만 개의 게임이 출시되는데 언젠가 모두 블록체인 게임으로 변모할 때가 올 것입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6월 '대한민국 NFT·블록체인 게임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블록체인이 게임에서 꽃 피울 것"이라는 장현국 대표의 말처럼 P2E 게임의 잠재력은 단순히 게임으로 코인을 벌 수 있다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앞서 'P2E'와 '쌀먹'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소유권'을 말씀드렸는데요. 이는 단순 수익성에 대한 설명에 불과합니다. 블록체인의 합의 시스템을 활용해 유저들이 직접 게임의 개발 방향을 결정한다든지, 출시할 게임을 선택할 수 있는 등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또 장 대표는 '인터 게임 이코노미'를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쉽게 말해 '블록체인을 활용해 게임과 게임 간의 재화를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게임 아이템이 NFT화 되는 순간 해당 아이템은 한 게임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NFT가 발행된 체인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상입니다.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미르4' 게임 속 무기를 '미르M'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렇게 된다면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진 재화와 자산의 가치도 일정 부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게임 이용자뿐만 아니라 게임사 입장에서도 이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점입니다. 신작을 발매하더라도 맨땅에서 새로운 유저들을 끌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게임을 즐기던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을 계속해서 자사 게임에 묶어둘 수 있게 되는 거죠. 또한 앞서 말씀드린 '쌀먹'의 경우 게임사는 이용자들의 현금 거래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토큰화 과정에서 수수료 수익 등을 얻는 등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소수에 집중됐던 자유와 권리가 다수에게 분산되는 형태로 발전해왔습니다. 이를 게임에 빗대어 본다면 이용자들에게 보다 많은 권리가 주어지는 P2E 게임으로의 발전 흐름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일 텐데요. 다만 블록체인 게임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인 만큼 게임계의 '표준'이 될 수 있을지, 한 순간의 유행에 그칠지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