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이 보유한 연금과 의료, 부동산 등 10대 분야의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한다. 의료·바이오·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이 활용하지 않은 특허·실용신안을 민간에 무료로 나눠주고, 정부가 공공기관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시행 중인 '그림자 규제'도 축소한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공공기관 협력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지난 6~8월 재무위험기관 집중 관리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등 생산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갖고 있는 자산을 민간 경제 성장에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공공기관의 자산은 2021년 기준 총 969조원에 달한다. 예산은 761조원으로 정부 예산의 1.3배다. 공공기관이 한해 조달, 구매하는 금액만 60조원이 넘는다. 이처럼 방대한 자원을 민간과 공유해 경제 전반의 성장 여력을 높인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정부는 우선 오는 11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연금과 의료, 부동산 등 10개 핵심 공공기관을 선정해 중요 데이터를 개방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예시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갖고 있는 MRI, CT등 의료 영상 데이터와 부동산원이 보유하고 있는 청약·입주물량 데이터 등을 들었다.

방대한 의료영상 데이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청약 및 입주 물량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민간 부동산 정보 산업에서 관심이 큰 중개, 이사, 가전, 인테리어 수요 예측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미활용 특허·실용신안도 개방한다. 민간 수요가 높은 의료·바이오·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1만1000건을 민간에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전받은 민간기업이 얻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림자 규제도 완화한다. 정부는 10월 중 공공기관을 통한 각 정부 부처의 규제를 실태 조사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규제 개선에는 인센티브를 준다. 규제 개선 실적이 실적으로 평가되도록 경영평가지표 상 배점을 확대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혁신지침과 경영평가 편람 등 개정 작업을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막대한 자원과 역량을 국민께 되돌려줄 의무가 있다"며 "이런 인식하에 정부는 공공기관의 자산·역량을 민간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혁신의 사각지대에 있는 공공기관 규제가 더 이상 민간의 활력과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경제의 도약과 민간중심의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공공기관과 관련된 규제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