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
이유재 서울대 석좌교수
대다수 기업이 충분한 교육훈련 없이 일선 직원을 활용한다. 교육훈련을 하더라도 대상이 주로 본사 직원들이다. 안내데스크, 매장, 고객센터 등 일선에서 고객을 대하는 직원들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충분한 교육훈련 없이 직원들을 활용하다 보니 일선 업무를 단순하게 설계한다. 이처럼 단순 업무를 맡기면 직원의 실수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원이 이에 대처할 능력은 갖추지 못하게 된다.

단순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다 보면 직원의 사기는 저하된다. ‘내가 이런 일이나 하려고 그렇게 고생하며 여기 왔나’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업무에 대한 긍지나 열의는 사라진다. 흥미를 잃고 이직하는 직원들이 나오게 된다. 다른 업종으로 가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동일 업종의 경쟁사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이직하는 직원은 어떤 사람들일까?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원하면 다른 곳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일선 업무가 재미없는데도 불구하고 일을 잘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직원은 어떻게 될까? 이런 직원은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승진해 고객과의 접촉이 적은 기획이나 지원 등 후방 부서로 이동하게 된다. 다른 부서에서 스카우트해 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고객을 대하는 일선에는 어떤 직원이 남게 될까? 입사한지 얼마 안 되어 미숙한 직원. 경험은 있으나 능력이 없는 직원. 일이 재미가 없어 다른 곳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직원. 이런 사람들이 남게 된다. 자기 업무에 대해 불만을 품은 채로.

그런데 사람의 감정은 전염된다. 일선 직원이 불만을 품으면 그 감정이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당연히 고객이 체감하는 경험이 나빠진다.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직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임금이 낮아지고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는 더 어렵게 된다. 이직한 직원들의 자리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직원 채용에 많은 시간이나 노력을 들일 수도 없다. 이렇게 채용한 직원들에 대해 교육훈련도 제대로 못하고 바로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한 번 정리해보자. 단순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성과가 우수하면 타 부서가 스카우트하거나 승진을 한다. 다른 직원들은 그 자리에 남아 고객을 응대하며 단순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동일한 직무를 낮은 사기와 보상으로 수행하면서, 적대적인 감정을 갖게 되고 표출하게 된다. 이것이 고객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고객 경험을 악화시킨다.
고객 접점은 고객 경험을 좌우하는 결정적 순간이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객 접점은 고객 경험을 좌우하는 결정적 순간이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기업에서 발생하는 이런 현상을 ‘일선 직원 확보의 악순환’이라고 한다. 단순 직무 수행 → 직원 사기저하와 높은 이직률 → 고객 경험 악화 → 고객 이탈 → 매출과 이익 감소 → 낮은 임금 → 단순 직무 설계 → 채용 노력 최소화 → 훈련 최소화 → 단순 직무 수행의 악순환이다.

게다가 회사의 각 부서에서는 성과가 낮은 직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직원은 어느 부서도 받지 않으려고 하니 이곳 저곳으로 밀리다가 많은 직원들이 꺼리는 업무, 이를테면 안내데스크로 가게 된다. 물론 이 직원은 여러 부서들이 자신을 내친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쌓인 분노나 적대감을 누구에게 풀까? 그 직원은 자신이 대하는 고객에게 적대감을 표출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낮은 성과를 보이는 직원을 방치한 피해를 고객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해 ‘떠돌이 안내직 증후군(shuffling receptionist syndrome)’이라고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몇 가지 위험을 정리해 보자.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고객 접점을 훈련이 덜 된 신참 직원 손에 맡겨 두는 것이다. 이런 직책에서 훌륭하게 일한 직원은 떠나게 되고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만 남는 것이다. 기업은 우수한 직원을 유지하지 못하고 경쟁사에 뺏기는 것이다.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달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객 접점의 인력을 우수한 인재로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일선 직원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자부심을 부여한다. 누구나 반복적인 업무는 기피하고, 소위 폼 난다고 생각되는 전략수립 업무를 수행하려고 한다. 그러나 고객을 대하는 업무가 지루하다고 해서 소홀히 한다면 아무리 좋은 전략도 의미가 없다. 자신이 조직에 중요한 존재임을 깨달은 직원이 업무 성과도 높고 개인 역량 향상도 빠르다.

둘째,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한다. 예컨대 각 매장에서 추가 달성한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주인의식을 강화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정책이 형식적으로만 운영되어서는 실효가 없다. 실제로 수혜를 보는 대상이 충분히 나와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셋째, 접점 인력의 경력관리 프로그램을 수립해 공유하고, 이를 준수하여 접점 인력을 핵심인재로 육성한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직원을 타 부서가 요청한다고 해도 부서이동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 최초 약속하고 규정한 근무연한에 따라, 핵심역량을 충분히 키우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다. 이는 직원들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강화할 것이다.

넷째, 접점 직원의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해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에 반영한다. 예컨대 업무 특성상 주말 근무나 야간 근무를 하는 부서에 대해서는 휴무나 연차 기간을 타 부서보다 길게 사용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다.

고객 접점, 고객 경험을 좌우하는 결정적 순간이다. 능력 있는 직원에게 맡겨야 하지 않을까?
※ 한경닷컴에서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 신청을 하시면, 이유재 석좌교수의 글과 다른 콘텐츠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