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허문찬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허문찬 기자
증권사들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서비스 론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장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기보단 투자자 유치 수단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더군다가 증권사들은 최근 증시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위기감을 느끼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마이데이터 사업 관련 금융당국의 본허가를 마친 곳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하나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KB증권·교보증권·현대차증권 등 9곳이다.

교보증권은 이달,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본허가 승인을 받았다. 교보증권은 임직원 시험 기간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말에서 11월 초 별도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구체적인 것은 언급하긴 어렵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시기보단 질적인 부분에 초첨을 맞춰 서비스를 출시하겠단 계획이다. 지난해 AWS(아마존 웹 서비스)와 구축한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계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예비허가 단계에 있으며 내년 본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다.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암 보험금 미지급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내년까지 금융당국의 신사업 인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재 파장이 각 계열사에 미치면서 삼성증권도 마이데이터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증권·은행·카드·보험사에 분산된 금융 거래정보를 하나로 통합·관리하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물론 당장은 사업 자체가 규모 있는 수익원이 되긴 어렵지만 향후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마이데이터 사업만으로 수익화하는 곳은 많지 않고, 있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마이데이터 활용으로 개인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진 만큼 디지털 시대 투자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지속되는 증시 부진에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증권사들의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 움직임은 빨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58개의 증권사의 당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5%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사업 구조가 고객들의 자산을 유치하고 수익을 항구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마이데이터가 이를 가속화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