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관석 자이S&D 대표 "한 발 앞서 트렌드 파악…위기 상황서 기회 창출하겠다"
"국내 주택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할수록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고 기민하게 경영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엄관석 자이에스앤디(자이S&D) 대표(사진)는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GS건설에서 28년 동안 분양팀장, 도시정비사업 임원을 거친 엄 대표는 2020년 초 취임 후 중소 규모 도시 정비와 오피스텔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자이S&D의 시장 입지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대형사와 차별화하는 경영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실적과 사업 안정성, 브랜드 인지도 구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 시장이 움츠러든 데다 대형 건설사조차 실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이에스앤디의 성장 가속도에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연한 조직 문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엄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분석해 보면 소규모 시장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한 편"이라며 "정부의 정책 방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사회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구조나 소비 패턴 변화 등을 파악하면 더 효과적인 경영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러 사회 변화 요인을 종합해본 결과 중소 규모 시장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것이란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며 "중소형 주택에서도 프리미엄을 누리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금리·경기 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시장 상황이 변하더라도 더 나은 주거 공간, 더 쾌적한 주거 환경을 원하는 수요자의 요구는 변치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이에스앤디는 조직 문화와 인력 구조 등이 전통 시공사와 조금 다르다. 다양성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경영 문화부터가 그렇다. 엄 대표는 "조직과 구성원이 젊기 때문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이런 조직 분위기를 기반으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 업체) 역량을 적극 활용해 자체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일반 시공사들에 비해 수익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직접 챙기면서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이끌고 있다. 실무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톱 다운'(하향식)이 아닌 '바텀 업'(상향식) 방식의 의사결정 체계를 수립했다. 이런 조직 분위기는 자이에스앤디가 경쟁사들에 앞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선보이게 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자이에스앤디는 전통 시공사와는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주택개발사업본부를 신설한 데 이어 주거 문화 향상만을 전담으로 하는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이 브랜드 아파트를 비롯한 신제품을 꾸준히 시장에 공급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자이C&A(옛 S&I건설)를 인수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플랜트까지 넓혀 주택 시장의 변동성 확대라는 리스크 요인까지 희석하고 있다.

○“스마트한 종합 부동산 서비스가 목표”

엄 대표는 자이에스앤디만의 색깔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주거 환경의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일반 시공사와는 다른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선호도를 추구하고 싶다는 얘기다.

그는 "회사의 정체성을 ‘스마트한 종합 부동산 서비스 업체’로 정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주거 공간과 생활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수요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이에스앤디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선제적인 위기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확산,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매수 심리가 움츠러들고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인상 등도 고려 요인이다. 그는 "업계의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선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기보단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기 위해 진행 프로젝트를 세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침체한 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냈다. 엄 대표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수요자에게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들 역시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악재가 해소되는 시점이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 등에 따라 부동산 시장 회복 시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대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자이에스앤디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엄 대표는 취임 직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 확대에 애로를 겪었다. 당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 시장을 예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수익성이 좋은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하고, 지식산업센터·생활숙박시설 등에 진출해 상품을 다양화했다. 엄 대표는 "기존 자체 개발 사업은 분양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일부는 준공을 앞두고 있다"며 "남은 자체 개발 사업의 경우 금융회사와 다각적으로 자금 조달 방법 등을 논의한 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투자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엄 대표는 부동산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업간 연계와 보완을 통해 선순환이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탐색할 계획이다. 엄 대표는 "환기형 공기청정 시스템인 시스클라인이 모회사인 GS건설의 자이 브랜드 아파트에 옵션 상품이 되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향후에도 주택 개발 사업 등에서 틈새시장 진출로 자이 브랜드 확대와 자체 경쟁력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