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허문찬 기자
사진=허문찬 기자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골프장에서 스코어를 적을 때는 카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태블릿PC로 성적을 입력한다. 태블릿PC는 홀별 코스 정보를 알려주고, 라운드가 끝나면 시합을 즐긴 구장과 스코어를 자동으로 쌓아주기까지 한다. 차곡차곡 저장된 정보들은 앱을 통해 한꺼번에 확인이 가능하다. 이런 모습 뒤에는 골프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골프플랫폼 스마트스코어가 있다. 어느덧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 바짝 다가선 회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스코어는 이달 초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로부터 1800억원의 투자(시리즈E)를 받으면서 기업가치 8600억원을 인정받았다. 앱 회원 202만 명, 단순이용자 포함 3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둔 플랫폼의 힘이다. 9월 현재 전국 362곳 골프장이 스마트스코어를 이용하고 있다.

정성훈 스마트스코어 회장(사진)은 “골프에 대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국내용 플랫폼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며 “이제 플랫폼의 파워를 본격적으로 증명하고 해외로 영향력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 이사를 지낸 회계사 출신의 정 회장은 구력 20년에 골프에 진심인 아마추어 골퍼다. 그는 “골프를 치러 갈 때마다 왜 스코어를 데이터로 보관하지 않을까 의아했고 결국 2014년 창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스코어의 서비스가 처음부터 골프업계의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골프장업계는 필드에 전자기기를 들이는 일이 탐탁지 않았다. 종이로 경기 기록을 남기는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데 굳이 큰돈을 들여야 하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골프장의 코스 정보를 모두 내주는 데도 불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정 회장이 멈추지 않고 골프장 문을 꾸준히 두드렸고, 2015년 경기 안성 에덴블루CC와 화성 발리오스CC가 처음으로 스마트스코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었다. 이후 골프장업계에 입소문이 나며 하나둘 도입하는 곳이 늘어났다. 골프장의 요구사항도 적극 반영했다. 전반 8번홀을 마친 뒤 그늘집에서 먹을 메뉴를 미리 주문하고 단체팀 스코어가 한 번에 관리되는 서비스 등이 이렇게 나왔다.

플랫폼이 구축되자 골프장 정보, 조인, 예약, 골프투어, 보험 등을 서비스 안으로 끌고 왔다. 골프를 주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독특한 사업모델에 시장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넉넉한 자금을 바탕으로 정 회장은 종횡무진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골프패션 브랜드 맥케이슨, 하이엔드 골프클럽 마제스티골프, 골프전문매체 골프매거진코리아를 비롯해 충북 제천의 27홀 골프장 킹즈락CC까지 보유하게 된 배경이다.

정 회장은 “성패를 가를 진짜 알맹이는 스마트스코어 내부에서 열심히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첫걸음이 해외 진출이다. 올 2월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5개 골프장이 스마트스코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한국에서 5개 골프장과 손잡기까지 2년이 걸렸는데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라며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에 해외사업을 아우르는 지주회사도 설립했다.

올 연말께는 골퍼들을 위한 골프백 배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골프장 운영권 인수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꿈인 기업공개(IPO)는 2025년 이후 추진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한국 골프시장은 일정 부분 조정을 받되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골퍼들에게 유익하고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서비스로 한 단계 위의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