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리왕'으로 불리던 마이커그룹(邁克集團·Maike Metals International Ltd)의 허진비 회장(57)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아 추락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커그룹은 한때 연간 100만t의 구리를 수입해 중국 전체 수요의 4분의 1을 처리했으나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기침체로 구리 수요가 급감해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중국 '구리왕'의 추락…제로 코로나 정책 직격탄 맞아
허 회장은 중국을 가로지르는 열차의 화물 경비원을 하면서 구리 사업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거의 맨손으로 중국 서부 도시 시안에서 1993년 구리 도매업을 시작한 그는 특유의 유머와 타고난 사업 감각으로 사업을 불려갔다.

구리 이외에 알루미늄·니켈·아연 등의 금속으로 거래 대상을 확대한 그의 마이커그룹은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으로 금속 수요가 커지면서 부를 쌓았다.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은 말 그대로 호재였다.

마이커그룹은 사업영역을 상품거래, 선물 중개, 호텔·창고업·비즈니스센터 등 자산 관리 분야로도 확장했다.

승부사 근성이 있는 허 회장은 금속 선물거래로 큰돈을 벌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허 회장은 순식간에 중국판 '재벌' 반열에 올랐다.

그는 그러면서도 시안 요리 식당에서 50위안(약 9천900원)짜리 '냉면과 부추 만두'를 즐겨 먹을 만큼 재벌 같지 않은 생활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그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위기를 비켜 가지 못했다.

우선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중국 당국이 마이커그룹의 본사가 있는 시안시를 작년 12월부터 1월까지 한 달여 봉쇄한 데 이어 지난 4월과 7월에도 부분 봉쇄 조치해 이 기간에 마이커그룹이 운영하는 호텔과 상업용 시설도 문을 닫아야 했다.

아울러 작년 말부터 중국에 부동산 시장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의 건설 중단과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상환 거부로 건설용 금속 자재 수요가 급감했다.

주력인 금속자재 도매업은 물론 부대사업인 자산관리 사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마이커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휘말려야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그룹과 칠레 국영 구리 광산기업인 코델코가 최근 마이커그룹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안시는 물론 산시성 정부도 마이커그룹에 등을 돌리고 있으며, 금융기관들도 지원 요구에 난감해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마이커그룹과 거래했던 데이비드 릴리는 "허 회장은 중국 경제의 역동성에 능숙하게 올라탔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봉쇄 조치에 대비하지 않았다"면서 허 회장의 스토리는 현대 중국의 얘기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