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3차 뿌리산업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뿌리 업종에 디지털 대전환(DX) 확산을 도모하는 것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뒤처진 경쟁력을 더는 방관만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뿌리산업을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전환하는 핵심 수단도 DX라는 지적이 많다.
日에 뒤지고 中엔 쫓기는 뿌리산업…DX 사업재편으로 韓 '제2 도약' 이끈다
한국 뿌리산업의 경쟁력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 크게 뒤처졌다는 평가다. 중소 뿌리 업체는 DX 도입까지 미진해 주요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요국 뿌리산업 기술 수준은 일본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88.1에 불과하다. 미국(94.7), 유럽(95.5)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DX 분야로 눈을 돌리면 경쟁력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4차 산업혁명의 진원지인 독일은 10년 전부터 뿌리 기업의 스마트화를 진행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항공 우주 등 첨단 제조업에 강한 미국은 3차원(3D)프린팅, 센서 등 차세대 뿌리 기술에서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명성이 높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주요국을 추격하고 있다.

산업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는 점도 뿌리산업에 대한 DX 지원에 힘을 싣는 이유다.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완료되면 사라질 뿌리 기술 부품만 자동차 한 대당 1만110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기술에 적합한 형태로 하루빨리 뿌리산업을 변모시키지 못하면 기간산업의 집단 도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뿌리산업 DX화’의 모범으로 삼는 사례로는 정밀가공 업체 대흥사와 단조 업체 프론텍 등이 있다. 대흥사는 자동차부품을 납품하다 최근 수요가 커진 방산업계로 눈을 돌려 5축 가공 장비와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대공포 부품 등을 납품하고 있다. 프론텍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설비를 디지털화해 생산성을 높였다.

정부는 국내 최대 뿌리산업 집적지인 반월·시화 산업단지 등 현재 전국 45곳의 뿌리산업 특화 산단을 5년 내 90개로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을 확산하기 위한 지원도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의 산업구조 전환을 필두로 한 3차 기본계획 방향에 뿌리산업계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력난과 자금 여력 부족에 따라 당장 생존 문제가 우선인 기업들이 적지 않아 새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뿌리 업체 대표는 “신산업에 진출하려면 생산 라인을 바꿔야 하는데 최소 3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며 “그 사이 사업 공백을 어떻게 막아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기보다 ‘뿌리산업 특화산단’이나 ‘R&D 지원’ ‘스마트공장 구축’ 같은 기존 정책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장은 “지난 10년간 정부 정책이 뿌리산업의 체력을 키운 정책이라면 앞으로는 맞춤형 개인기를 키워야 할 때”라며 “뿌리기업들도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