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이 ‘머지(merge)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지 불과 하루 만에 7% 급락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머지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머지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와 미국 주가지수의 동조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잡히기 전까지 비트코인이 지난 5월 저점을 경신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20% 넘게 떨어진 이더리움…"물량 줄어 장기적으론 상승"
머지로도 못 막는 위험자산 회피 현상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머지 업그레이드가 끝난 15일 오후 3시34분부터 24시간 동안 각각 1.5%, 7.4% 하락했다. 머지 업그레이드의 수혜주인 이더리움은 머지 완료 이후 1시간 동안 3.3% 뛰면서 1641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주식 장전거래가 시작되자 하락 전환해 16일 오후 3시30분 1472달러까지 밀렸다. 한 달 전보다 21.8% 하락한 것이다. 13일 한때 2만2000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도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급락하면서 18일 2만달러를 턱걸이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은 머지 업그레이드로도 이겨낼 수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하면서 예상치(8%)를 훌쩍 웃돈 것으로 나타나자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13일 이후 미국 S&P500은 5.1%, 나스닥100은 6.3% 빠졌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Fed 정책에 ‘피벗(pivot·전환)’이 있을 때까지 암호화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확실성 해소된 이더리움
주요 암호화폐 중에선 이더리움이 그나마 안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더리움 도미넌스’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최근 SNS나 리포트 등에서 언급된 이 용어는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전체 암호화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주요 지표로 자리잡은 비트코인 도미넌스의 이더리움 버전인 셈이다.

이더리움 도미넌스는 최근 20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올초(11)에 비해 두 배 가깝게 뛴 것이다. 대신 70에 달하던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40을 밑돌고 있다.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분증명(PoS) 방식의 이더리움은 채굴기가 필요없다는 점에서 전력 소비가 0.05% 수준으로 줄어든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의식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목록에 이더리움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신규 공급량도 크게 줄어든다. 기존 작업증명(PoW) 방식으로 채굴되던 이더리움이 사라지면 이더리움의 총 공급량은 기존의 10% 수준으로 줄어든다. 블록체인 유효성 검증에 맡겼을 때 보상으로 주어지는 이더리움 수익률은 PoW 방식이 병행되던 때보다 훨씬 높아진다. 검증에 참여한 이더리움 보유자(스테이킹 물량)가 늘수록 시중 유통량이 감소하는 구조다. 백훈종 샌드뱅크 이사는 “머지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장기적인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