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하나투어까지 "심상치 않다"…야놀자 '진짜 노림수'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야놀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몇 안 되는 ‘생존 카드’ 중 하나다.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지난해 야놀자에 2조원을 투자했다. 모텔 중개 플랫폼에서 시작해 숙박업체 등에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사진)의 ‘비전’에 손 회장은 쿠팡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규모로 투자를 단행했다.

현시점에서 야놀자의 미래는 꽤 낙관적이다. 흑자를 내는 ‘유니콘’이라는 게 최대 장점이다. 야놀자는 지난해 3747억원의 매출에 53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21억원, 103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들이 유례없는 혹한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놀자의 흑자는 군계일학임이 분명하다.

야놀자는 정말 나스닥으로 직행할 수 있을까

올 상반기에만 약 57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소프트뱅크가 야놀자에 바라는 바는 상장을 통한 자금 회수다. 당초 뉴욕 나스닥 직행이 목표였으나 이를 가능케 하려면 인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야놀자의 선행 모델 격인 인도의 오요(OYO)만 해도 지난해 5000여 명의 직원을 구조 조정하는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미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recession)의 진입로에 서 있다. 1~2년 이내에 반전이 일어나 다시 유니콘 후보의 IPO(기업공개)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란 헛된 망상에 가깝다.

혹한기를 견뎌내고, 애초의 목표대로 나스닥으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국내 IPO 시장에서 대어급으로 대우받을 것인가, 야놀자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해 야놀자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9일 투자은행(IB) 및 여행업계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인터파크를 인수하려던 시점에 야놀자는 하나투어와도 M&A(인수·합병)에 관한 논의를 꽤 진지하게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제공=야놀자
사진 제공=야놀자
야놀자가 하나투어와 인터파크 둘 중 하나만을 사려고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나투어와도 가격만 맞았다면 야놀자는 국내 여행 기업의 대표 주자 두 곳을 한꺼번에 인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초토화된 국내 여행 시장에서 야놀자, 인터파크, 하나투어가 한 몸이 된다면 사실상 국내 여행 시장은 독보적인 단일 기업의 지배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국내 IPO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올 상반기 감사보고서에 추가 기재된 내용도 흥미롭다. 야놀자는 사업 개요에서 ‘인터파크 인수를 통해 투어 (항공, 패키지여행 등) 및 엔터테인먼트 (공연, 스포츠, 전시 등) 등 여가 활동의 디지털화 가속은 물론, 각종 재화를 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 사업까지 전체 사업 영역을 다변화했다’고 적었다. 여행과 숙박 등을 매개로 플랫폼 이용자를 늘린 뒤에 쿠팡, 컬리처럼 온라인 종합몰로 진화하겠다는 야심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SaaS 기업으로 전환을 꿈꾸는 e커머스 '유니콘'들, 그러나

야놀자를 비롯해 국내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은 언젠가는 B2B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B2C에는 외형만 그럴 듯 해보일 뿐, 사건 사고도 잦고 막대한 비용 투자를 수반한다. 네이버가 광고로 돈을 벌고,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했듯이 쿠팡, 컬리, 야놀자, SSG닷컴 등 대부분의 e커머스 강자들은 SaaS 기업으로의 전환을 꿈꾼다.

이 점에서 야놀자는 아주 영리했다. 처음부터 B2B에서 돈을 벌 것이라고 공언하고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받아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야놀자의 비전은 생각만큼 진척되지 않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야놀자 전체 매출에서 예약 수수료(31.29%)와 광고(20.03%)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절반을 넘는다.

클라우드 기반의 호스피탈리티 서비스와 연관된 IoT 하드웨어 (키오스크, GRMS 등)와 소프트웨어(PMS 등)를 판매해서 벌어들이는 매출 비중은 각각 0.91%, 3.53%에 불과하다. 약 112억원 규모다. 경쟁사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수치이긴 하지만, 야놀자가 손정의 회장에게 제시한 큰 그림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도 할 수 있다.

야놀자가 국내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여행 심리의 완전한 회복이 필수 요건이다. 인도, 베트남 등에서 현지 PMS(예약관리시스템) 업체를 인수하는 등 해외에 돈을 쏟아부어 봐야 여행객이 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디지털 시스템으로 객실을 효과적으로 판매하려는 숙박업체들의 수요가 있어야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꿈꾸는 미래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투어 인수 직전까지 갔던 야놀자, 국내 여행 플랫폼 평정하나

인터파크 인수는 야놀자의 선택지가 상당히 좁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SaaS 기업으로 전환 이전에 우선 숙박 플랫폼이라도 더 키우는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어쩌면, 야놀자는 현시점에서 좀 더 진전된 M&A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있을 공산이 크다. 하나투어가 그 대상이다. 이미 한 차례 협상이 오간 데다 하나투어의 최대 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라는 사모펀드는 길어지는 여행 시장의 침체에서 하루빨리 탈출하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야놀자가 최근 인수한 트리플이라는 여행 스타트업을 주목할만하다. 트리플은 NHN 출신인 최휘영 대표가 박상환 하나투어 창업자(회장)와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디지털 전환을 활발하게 추진하던 무렵, 트리플은 하나투어에서 ‘특별 관리’하는 기대주였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과 최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많다”며 “성과가 나지 않아 하나투어가 트리플에서 손을 뗐고, 박 회장과 하나투어가 같고 있던 트리플 지분은 대부분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트리플이 양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야놀자는 하나투어의 인력들을 공격적으로 영입 중이다. 염순찬 인터파크 여행사업본부장만 해도 하나투어 출신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하나투어에서 야놀자 측에 더 이상 인력 유출을 좌시할 수 없다고 직간접적으로 의사 표명을 했을 정도로 하나투어의 인력들이 많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야놀자는 매년 흑자 경영을 하고 있는 데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돈도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쳇말로 마음만 먹으면 IMM PE의 하나투어 지분은 언제든지 살 수 있다는 얘기다. IMM PE는 2019년 주당 5만5500원에 하나투어 232만3000주를 1289억원을 투입해 매입했다.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금액은 2940억원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야놀자가 하나투어를 인수하는 데 최대 걸림돌은 박 회장 등 하나투어의 창업 세대들일 것”이라며 “박 회장은 주당 20만원에 육박했던 하나투어의 전성기 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10만원대는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