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태풍 피해로 생산 차질을 빚는 포스코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태풍을 빌미 삼아 정부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체제를 흔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 이전 포스코 수장 8명 가운데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한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검찰 수사 등 정부 압박에 밀려 모두 임기 중 자리에서 내려왔다.

권오준 8대 회장은 2018년 4월 임기를 2년 남기고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1개월 만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네 차례 해외 방문에 나서는 동안 포스코 회장이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번번이 제외되는 등 심리적 압박이 가해지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포스코 민영화 이후 취임한 이구택 6대 회장, 정준양 7대 회장도 임기 도중 퇴진했다. 이 전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만에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 때 선임된 정 전 회장도 박근혜 정부 1년 뒤 물러났다. 그는 배임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영화 과정에서 수장이었던 유상부 5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고 정권교체 한 달 만에 사퇴했다.

박태준 초대 회장도 1992년 노태우 정부 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선 후보와 마찰을 빚어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간기업이지만 포스코를 ‘대선 전리품’으로 여기는 인식이 정치권과 정부에 만연한 결과다.

업계에선 최 회장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전날 관련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앞두고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한번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의 직후 “포스코가 피해를 축소하고 있다” “지배구조와 연결된 문제” 등과 같은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비공식적으로 전해졌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침수 피해를 빌미 삼아 포스코 경영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포스코 지분이 한 주도 없어 경영에 개입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52.67%에 달하는 회사다. 국민연금이 8.3%, 국내 기관이 18.8%를 보유 중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