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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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편의점이 ‘델리(즉석조리식품)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을 먼저 끌어들이기 위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경쟁에 한창이다.

대형마트는 치킨과 피자, 탕수육, 초밥 등의 메뉴를 외식 매장의 절반 수준 가격에 선보이는 전략을 세웠다. 편의점은 도시락과 샌드위치 등의 질을 높여 직장인과 학생 등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이다.
마트 vs 편의점, 가성비 '델리전쟁' 뜨겁다

◆델리로 손님 끄는 대형마트

롯데마트는 ‘반값 탕수육’에 이은 가성비 중식 시리즈 2탄 ‘더 커진 깐쇼새우’와 ‘더 커진 크림새우’를 오는 21일까지 정상가(각 1만800원)보다 4000원 싼 6800원(엘포인트 회원가)에 판매한다고 15일 발표했다. 깐쇼새우와 크림새우는 일반 중국집에서도 고가에 팔리는 메뉴로, 6800원이면 ‘반의반 값’ 수준이라는 게 롯데마트의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6개월이 넘는 시간을 들여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해외에서 냉동새우를 대량으로 매입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15년 경력의 호텔 출신 중식 셰프가 제품 개발에 참여해 튀김 옷은 얇게 줄이고, 새우 크기는 키워 중식 전문점에 버금가는 느낌을 살렸다.

롯데마트는 ‘런치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직장인 수요를 사로잡기 위해 3000원대 비빔밥 도시락도 선보였다. 밥(200g)과 여덟 가지 반찬(180g)으로 구성한 ‘강된장 제육비빔밥’ ‘고추장불고기 비빔밥’ ‘참치야채 비빔밥’은 21일까지 정상가(4980원)에서 1000원 할인해 3980원에 판다. 롯데마트가 ‘반값 치킨’과 반값 탕수육에 이어 여러 중식 메뉴와 도시락 등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는 것은 강성현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전략이다.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알아서 찾아오던 과거에는 객단가를 높이는 게 마트의 핵심 목표였다.

하지만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는 게 익숙해진 지금은 소비자를 일단 오프라인 점포로 끌어들이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강 대표는 델리 코너가 소비자를 마트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보고 내부적으로 “델리의 질을 높이면서도 가격은 낮출 것”을 강력히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락에 힘 주는 편의점

‘당당치킨’ 열풍을 이끈 홈플러스도 점포를 ‘메가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하면서 델리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종전엔 구석에 있던 델리 코너를 재단장해 과일과 야채 등 신선식품이 차지하던 매장 입구로 옮기는 방식이다.

대형마트업계의 파상공세에 편의점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가 그간 편의점의 주력으로 여겨졌던 도시락과 샌드위치, 주먹밥 등까지 넘보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대형마트로 고개를 돌리는 소비자를 붙잡아두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란 일정 금액의 구독료를 내면 한 달에 정해진 횟수만큼 특정 메뉴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선 4000원을 내고 도시락을 구독하면 한 달에 10번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편의점 도시락은 저렴하지만,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BGF리테일은 2020년부터 충북 진천에 도시락과 밀키트 등을 반조리 상태로 제조해 각 지역 협력사로 보내는 ‘센트럴키친’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중앙집중조리시스템을 구축하면 도시락과 샌드위치 등의 균일한 품질 관리가 가능하고, 바잉파워가 생겨 상품 가격도 더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