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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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건을 강화한다. 지난 정부에서 5년간 120조원 규모의 사업이 타당성 조사 없이 집행돼 방만 재정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자의적인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고 사후 평가도 내실화하기로 했다.

▶본지 7월26일자 A1,3면 참조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국가정책적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사업계획의 구체성이 있는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예타 면제를 해줄 수 있는데 어떤 계획이 구체적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예타 면제가 남발되곤 했다. 정부는 사업규모・사업비 등의 세부산출 근거가 있고, 재원조달・운영계획, 정책효과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사업만을 예타 면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화재 복원 사업은 복원 외 도로정비 등 주변정비사업 비중이 50%를 넘는 경우 예타 면제에서 제외한다. 국가안보와 관계되거나 보안이 필요한 국방사업도 비전력 부문 사업은 면제를 해주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이같이 면제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지난 정부에서 예타 면제 규모가 급증해 재정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文정부 5년간 120조 펑펑…'묻지마 예타면제' 없앤다
기재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2017년 5월~2022년 4월) 중 149개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았다. 이명박 정부(90개)와 박근혜 정부(94개)보다 훨씬 많다. 예타 면제 사업 규모도 문재인 정부는 120조1000억원으로 이명박 정부(61조1000억원)의 2배, 박근혜 정부(25조원)의 4.8배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는 예타 면제를 남발해 타당성 조사 없이 대규모 사업을 잇달아 추진했다. 집권 첫해 도입한 아동수당 등 수조원이 드는 각종 현금성 사업이 타당성 조사 없이 시행됐다. 김천~거제 구간 남부내륙철도 건설, 평택~오송 철도 복선화, 새만금공항 등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23조1000억원)와 가덕도신공항(13조7000억원) 같은 대형 인프라 사업, 한국판 뉴딜(6조7000억원)로 대표되는 ‘문재인표’ 정책 사업도 예타를 면제받았다.

문재인 정부 임기에 국가재정이 급속히 악화한 데는 이 같은 예타 면제가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말 591조9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이날 국회예산정책처 국가채무 시계 기준으로 1043조원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첫해 36.0%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말 50%에 이를 전망이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5.2%로 추정된다.

예타 면제를 해준 경우에도 사후 관리를 통해 사업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점검한다. 현재 국가정책적 필요에 따라 예타 면제된 사업에 한해서만 적정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데, 이를 다른 사유로 면제된 사업까지 확대한다.

예타 면제 사업에 대한 정보를 폭넓게 공개해 국회 등에서 감시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예산안 첨부 서류에 예타 면제사업의 소관부처, 사업명, 면제근거(사유)뿐 아니라 총사업비, 사업기간, 사업필요성・기대효과 등을 추가로 제출하기로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