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님의 대출 금리는 △.△△%로 변경돼 적용될 예정입니다.”

요즘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고 한숨 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고 나면 오르는 금리에 대출받은 사람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금리 인상은 언제까지, 어느 수준까지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Fed) 모두 ‘중립금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중립금리란 지나친 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경기도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그런데 그게 얼마일까.

물가·성장률 바탕으로 계산

적정 금리 수준을 판단하는 방법으로 유명한 것이 ‘테일러 준칙(Taylor rule)’이다. 테일러 준칙은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1993년 제안한 통화정책 준칙이다. 공식으로 나타내면 ‘적정 기준금리=균형 실질이자율+물가상승률+0.5×(인플레이션 갭)+0.5×(국내총생산 갭)’이다.

여기서 인플레이션 갭은 실제 물가상승률에서 중앙은행의 목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갭은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것이다. 0.5라는 숫자는 테일러가 임의로 정한 계수다. 물가와 경기를 균형 있게 고려해 기준금리를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테일러는 이 공식에서 균형 실질이자율을 2%로 잡았다. 단, 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영해 1%로 낮춰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이 공식에서 중앙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가 2%이고, 실제 물가상승률이 2%이며, GDP가 잠재 GDP 수준이라고 해 보자. 이 경우 적정 기준금리는 연 4%다. 물가와 성장률이 안정적인 상황이라면 테일러 준칙이 제시하는 적정 기준금리는 연 4%가 되는 것이다.

Fed와 한은 기준으로 보면

Fed는 지난 6월 내놓은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테일러 준칙에 따른 기준금리 수준을 연 7%로 제시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갭이 커지면서 테일러 준칙으로 산출한 금리 수준을 높인 것이다.

Fed는 테일러 준칙을 변형한 ‘조정 테일러 준칙’ 등 몇 가지 계산 결과를 함께 내놨다. 그러면서 “정책 준칙에 따른 기준금리는 연 4~7%”라고 했다. 현재 기준금리(연 2.25~2.5%)보다 최소 1.5%포인트, 많게는 4.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Fed는 ‘적정 금리’ ‘중립금리’ 등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Fed가 추가적인 인상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테일러 준칙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6%,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2%로 추정된다. 균형 실질이자율을 1%로 가정해 테일러 준칙에 대입하면 연 8.1%가 나온다.

한은은 테일러 준칙과 비슷한 공식을 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가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에 대해 “중립금리 (범위의) 중간 정도”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보면 한은이 판단하는 적정 기준금리 수준은 테일러 준칙이 가리키는 것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버냉키의 테일러 준칙 비판

테일러 준칙은 비판도 많이 받는다. 테일러 준칙을 구성하는 변수들부터가 유동적이다. 균형 실질이자율, 인플레이션 갭, 잠재성장률 등은 그 자체가 추정치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물가상승률 자리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근원물가 상승률, GDP 디플레이터 중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기준금리가 달라진다”며 “인플레이션 갭과 GDP 갭에 부여하는 가중치도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 변수의 값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통화정책은 물가와 성장률 외에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테일러 준칙엔 그 부분이 빠져 있다. Fed도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몇몇 경제적 변수만 반영한 단순한 준칙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감안해야 할 수많은 요인을 빠뜨리고 있다”고 인정했다.

테일러 준칙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정된 준칙도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제안한 ‘윌리엄스 로버스트’ 준칙,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제안한 ‘현대화된 테일러 준칙’ 등이다. 그러나 이런 준칙은 통화정책의 절대적 지침이라기보다는 참고자료 혹은 사후적 평가 기준으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