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랜드마크 빌딩 사들이더니…'3.3조 잭팟' 터트린 나라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서울 강남과 광화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빌딩인 강남파이낸스센터(GFC)와 서울파이낸스센터(SFC)의 합산 가치가 3조3000억원에 육박했다. 2000년에 초반 두 건물을 사들인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투자청(GIC)은 배당을 제외하고도 두 배를 훌쩍 넘는 장부상 평가차익을 거뒀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파이낸스센터(공정가치 2조3429억원)와 서울파이낸스센터(9486억원)의 올해 3월 말 기준 공정가치 합계는 3조2915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건물의 가치는 작년 3월 말(3조2447억원)과 비교해 1.4% 상승했다.

공정가치는 두 회사의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순수익을 바탕으로 빌딩 가치를 산출하는 직접환원법과 현금흐름의 할인율을 적용해 평가하는 현금흐름할인법을 통해 산출했다.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올 3월 말 공정가치는 2조3429억원으로 작년보다 3.1% 뜀박질했지만 서울파이낸스센터는 9486억원으로 2.4% 떨어졌다. 강남파이낸스센터 가치가 올라갔지만 서울파이낸스센터가 내려간 것은 광화문 일대 오피스의 공실률이 올라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 2분기 광화문·시청·을지로 등 도심권역(CBD) 공실률은 5.2%로 강남권역(GBD·1.1%)을 크게 웃돌았다. 작년 4분기에도 CBD 공실률은 8.6%에 달해 GBD(0.6%)보다 높았다.

강남파이낸스센터는 서울 강남구 역삼역 사거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하 8층~지상 45층, 높이는 206m에 이른다. 나이키코리아 구글코리아 유코카캐리어스 11번가 월트디즈니 브리티쉬아메리카토바코코리아 삼정KPMG 등 다국적 기업 한국 법인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자리 잡은 서울파이낸스센터는 2001년 준공된 지하 8층~지상 30층 건물로 블랙록 중국농업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가 많이 입주해 있다.

싱가포르 투자청은 두 건물 운영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투자청은 2000년 유진관광으로부터 서울파이낸스센터 지분 100%를 355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04년에는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강남파이낸스센터 지분 100%를 9300억원에 인수했다. 두 건물의 현재 가치(3조2915억원)가 매입 당시 가치(1조2580억원)의 2.5배에 달한다.

투자청은 이미 유상감자와 배당 등을 통해 인수대금의 상당액을 회수했다. 강남파이낸스센터와 서울파이낸스센터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상감자·배당 명목으로 인수금액(1조2580억원) 이상을 투자청에 지급했다. 강남파이낸스센터는 지난해 12월에도 유상감자 형태로 2700억원을 투자청에 지급했다.

두 건물 투자로 '잭팟'을 터뜨린 싱가포르 투자청은 여의도 랜드마크 빌딩 투자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그룹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부동산펀드에 싱가포르 투자청도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