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리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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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활용한 'N잡러'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N잡을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두는 일종의 '전문 중개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모였다면, 이제는 플랫폼들이 이용자들의 재능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해졌습니다.

부업 인구수 63만명…팬데믹 이후 65% 증가

크몽
크몽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부업을 하고 있는 인구수는 62만961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팬데믹 발생 직전인 2020년 1월(38만1314명)과 비교하면 약 65% 증가한 겁니다.

부업인구의 증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본업 외 부수입 창출 수단인 'N잡'을 찾는 구직자가 많아진 탓입니다. 여기에 더해 N잡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플랫폼 시장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N잡러의 노동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는 대표적인 초기 모델의 플랫폼은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크몽'입니다. 크몽 서비스 이용자가 앱에서 본인이 구매하길 원하는 재능에 대해 설명하면 재능 판매자들이 견적서를 보내는 방식으로 매칭이 이뤄집니다.

이 앱을 통해 부업으로 바이올린 레슨을 진행했던 최설아 씨(37)는 "바이올린 전공자가 아니라서 전공자들에 비해 레슨 가격을 낮게 책정해 견적서를 제출했더니 수강을 원하는 사람들과 여러 건 매칭이 됐다"며 "많을 때는 한 달에 60만원까지 레슨 수입을 올린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플랫폼은 코로나19 이후 부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크몽의 가입자 수는 2020년 2분기 95만명에서 2021년 158만명, 올해는 215만명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크몽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숨고' 역시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에 비해 가입자 수가 2.64배 늘었습니다.

일반 쇼핑몰에서도 부업 가능…에이블리선 월 매출 10억원 사례도

최근에는 재능 거래 플랫폼이 아닌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N잡으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입니다. 에이블리는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켓을 열 수 있도록 '에이블리 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리 파트너스는 물건 사입, 배송, 고객 서비스, 마케팅 과정을 모두 전담합니다. 대신 파트너스로 참여하는 셀러들은 자신의 감각을 발휘해 제품을 코디한 뒤 사진만 올리면 됩니다. 이러한 모델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올해 1~7월 파트너스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 측면에서도 월 매출 10억원을 달성한 '앤드모어' '베이델리' 등의 파트너스 마켓 사례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여행업계에서도 플랫폼을 통한 N잡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디오 여행 콘텐츠 플랫폼 '투어라이브'에 따르면 최근 플랫폼을 통해 월 정산 금액을 100만원을 돌파한 크리에이터가 나왔습니다. 이 크리에이터는 전문 해외여행가이드로,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 투어 콘텐츠를 제작해 플랫폼에 올렸습니다.

해당 콘텐츠에는 "궁전에 들어가면 배낭을 앞으로 메라고 직원들이 지시한다. 그럼 사진이 예쁘게 안 나오므로 다른데다 맡기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티켓은 여러 번 검사하니 분실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등 현장 가이드한테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꿀팁'들이 담겨 있습니다.

투어라이브에서는 전문 여행 가이드 외에도, 여행작가·교수·인문학자·강사 등으로 이뤄진 120명의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에서 활동 중입니다. 노경아 투어라이브 대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앞으로는 여행업에서도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57.9% "부업 의향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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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장이 커지는 건 무엇보다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N잡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크루트 산하 휴먼클라우드 플랫폼 뉴워커가 올해 5월 직장인 8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인 이유로 부업을 찾을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9%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41.4%가 부업 경험이 있다고 답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이미 부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부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과 동시에 '부업의 번거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발달하며 관련 시장이 커졌다"며 "패션, 여행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기반으로 N잡을 실현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