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6일 한반도에 상륙함에 따라 산업계가 비상 대응체제 가동에 들어갔다. 동남권 제조기업 상당수가 이날 공장 문을 닫는 등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5일 오후 부산항 크레인 앞 오륙도 인근 방파제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6일 한반도에 상륙함에 따라 산업계가 비상 대응체제 가동에 들어갔다. 동남권 제조기업 상당수가 이날 공장 문을 닫는 등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5일 오후 부산항 크레인 앞 오륙도 인근 방파제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산업계 곳곳이 마비됐다. 힌남노가 관통하는 동남권 지역에 있는 조선·석유화학·자동차·전자 등 산업계는 공장 문을 닫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실행에 나섰다. 특히 올해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태풍 등 자연재해로 발생한 안전사고로 근로자가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에도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어 피해 예방에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동남권 조선소 셧다운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6일 오전 휴업을 결정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도 마찬가지다. 일단 오전에는 공장 문을 닫은 뒤 태풍 경로에 따라 오후에 조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조선업체는 주요 작업이 바다와 맞닿은 도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태풍 때 사고 위험이 크다. 현대중공업의 지주사인 HD현대 권오갑 회장은 울산을 찾아 대비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권 조선업체들은 사실상 전부 셧다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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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앞서 건조 마무리 단계 또는 시운전 중인 선박 9척을 서해로 피항시켰다. 안벽에서 건조 중인 선박들은 강풍에 대비해 계류 로프를 보강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상 크레인 및 이동 가능한 선박 6척을 서해로 피항시켰다. 삼성중공업도 일부 선박을 피항시키거나 벽 계류 중인 선박의 고정 로프를 보강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전자업계도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LG전자는 긴급 휴업을 결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창원사업장은 6일 오전, 구미사업장은 6일 하루 휴업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구미사업장 등에서 하던 각종 시설물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포스코도 6일 태풍 경로에 따라 포항제철소의 공정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태풍 피크시간대 조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6일 11시간 동안 울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자동차업계도 비상대책을 실행하는 등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울산공장을 운영 중인 현대자동차는 6일 오전 공장 가동을 4시간 늦추기로 했다. 앞서 침수 우려 지역에 있는 선적 대기 차량 5000대를 안전지대로 긴급히 이동시켰다. 배수 취약지역 안전 및 조치에 나서는 한편 강풍에 따른 낙하·전도 위험 요소도 점검했다. 모래주머니 8500개 등 대응자재를 준비하고, 유사시 차량 긴급이송조 120명도 편성했다. 부산에 완성차 공장이 있는 르노코리아도 6일 오전 조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위험 작업은 태풍 지나가고…”

석유화학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는 6일 공정 가동을 위한 필수 인력은 정상 출근하되, 지원 업무를 맡는 사무직 등은 오전에 재택근무한다. 에쓰오일은 주간 근무자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30분으로 두 시간 연기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지난 1일부터 원유선과 제품 운반선 등의 입항을 금지했다. 해외에서 선박이 울산으로 오는 중에 태풍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GS칼텍스도 여수 등에서 하역과 급유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유조선, 급유선이 안전한 장소로 피항하도록 조처했다. 이들 업체는 하루 24시간 공정이 계속되는 장치산업 특성에 따라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예비전원 동원에도 나섰다.

건설업계도 고위험 작업은 아예 태풍이 지나간 이후로 미루는 등 작업에 급제동을 걸었다. 대우건설은 모든 공사 현장에 태풍 대비 취약 요소 사전 점검 항목을 전달했다. DL이앤씨도 현장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고, 모든 현장에 태풍 대비 안전관리 방안과 사전 점검 항목을 공지했다. GS건설은 태풍 영향권에 들어간 지역의 옥외 공사를 중지하고, 쓰러질 위험이 있는 시설물은 미리 제거하거나 결속하는 조처를 했다.
 태풍 힌남노가 북상중인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제주항공 정비사들이 항공기에 결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북상중인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제주항공 정비사들이 항공기에 결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신 3사는 24시간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강풍과 집중호우에 통신 장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4일, SK텔레콤은 5일부터 특별 상황실을 열었다. 각 기업은 지난 주말 네트워크 특별 사전 점검도 했다. 주요 저지대 지역이 침수될 경우에 대비해 이동식 기지국, 발전차, 배풍기, 양수기 등 긴급 복구용 장비를 피해 예상 지역에 전진 배치했다.

김일규/김익환/선한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