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계 임단협, 잡음없이 끝나나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예년과 다르게 별다른 잡음 없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차와 다년간 파업사태를 겪었던 르노코리아차가 지난 7∼ 8월 무분규로 임단협 협상을 완료한 데 이어 기아와 한국GM도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임단협 주기를 3년으로 연장해 올해는 협상이 실시되지 않은 쌍용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4개사는 현재 임단협을 체결했거나 체결을 앞두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모두 무분규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는데 이런 경우는 올해가 최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가장 먼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4년 연속 파업 없이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7월 19일 진행된 찬반투표에서도 61.9%의 찬성률로 이를 가결시켰다. 잠정합의안에는 임금 10만8천원(기본급+수당 1만원) 인상, 성과·격려금 300%+550만원 등과 함께 울산공장 내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 등의 내용이 담겼었다.

4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한 것은 현대차 노사 역사상 처음이다.

이어 르노코리아차 노사가 지난달 31일 4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완료했다.

르노코리아차 노조는 같은 달 27일 임단협 7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6만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휴가비 인상 등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고 이러한 안은 54.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르노코리아차는 2020년 임단협 교섭이 이듬해까지 이어지는 등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내홍을 겪었다.

올해도 사측이 2024년 신차 출시를 앞두고 3년간 '다년합의'를 제안하면서 파업 위기가 불거졌지만, 사측이 노조의 반발을 수용해 제안을 철회하면서 임단협은 무난히 타결됐다.

기아와 한국GM의 경구 업계에서는 추석 전 타결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기아가 2년 연속 무분규로 마련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지난 2일 '임협 가결·단협 부결'로 최종 부결되긴 했지만 기아 노사가 모두 추석 전 타결에 강한 의지를 보여 재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GM도 지난 2일 무분규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고, 오는 6∼7일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잠정 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통과되면 한국 GM 노사는 2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체결하게 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같은 무난한 임단협 교섭 과정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에다 고물가·고금리 등 비우호적인 경기 요건이 더해져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 압박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또 지난 5월 대법원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현대차와 한국GM 등의 노조가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등 임단협 교섭이 예년보다 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하지만 미래차 전환 시기를 맞아 국내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소한 파업 리스크는 막아보자는 노사의 공통된 인식이 올해 임단협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이끌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