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식 빨리 못 사서 짜증납니다"…펀드매니저도 찜한 종목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이 주식은 오를 수밖에 없죠. 오를 만한 긍정적 재료는 모두 다 있으니까요. 빨리 못 사서 짜증 납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이야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50% 넘게 치솟았다. 이 회사 주주들은 지난해 급등한 '흠슬라(HMM+테슬라)', '두슬라(두산에너빌리티+테슬라)'에 이어 '고슬라(고려아연+테슬라)'가 등장했다고 흥분하는 중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만3000원(8.56%) 오른 67만2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 68만3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7월 13일 장중 44만1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파죽지세다.

고려아연 주가가 뜀박질한 것은 오너일가들의 지분매입 경쟁과 맞물린다. 여기에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회사가 고려아연 주식을 수백억원어치 사들이며 수급 여건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요즘 증시를 달구는 2차전지 사업을 전개하는 데다 실적도 더없이 좋다. 주가를 밀어 올릴 재료가 가득하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가 맡고 있다.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형진 영풍 회장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담당한다. 두 집안은 상대 일가가 맡은 회사의 지분도 소유 중이다. 장씨 일가가 운영하는 영풍은 고려아연 최대 주주로 지분 27.49%를 보유하고 있다. 최씨 일가는 13% 수준이다. 여기에 고려아연 자사주 등을 합치면 20%가 웃돈다.

장씨 일가는 최근 고려아연 지분을 늘리면서 최씨 일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개인회사인 에이치씨 등은 지난달 23~26일 고려아연 주식 6402주(0.03%)를 37억원에 매입했다. 지분을 압도적으로 늘려 고려아연 경영을 주도하는 최씨 일가를 견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가문이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최근 사업 문제로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부회장 주도로 2차전지·신재생에너지·자원순환 사업에 10조원가량 투자하는 등 사업재편에 나섰다. 투자금 마련을 위해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H2에너지USA(한화H2)를 대상으로 지분 5.0%를 새로 발행해 4700억원을 조달했다. 한화는 고려아연 최윤범 부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자금조달이 장씨 가문의 신경을 건드렸다는 평가가 있다.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업체가 고려아연 지분을 맹렬하게 매수하는 것도 주가의 긍정적 재료다. 지난달 8~9일에 일반회사를 의미하는 기타법인이 고려아연 주식 4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증권시장에서는 이 회사가 최윤범 부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되는 대기업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고려아연이 세계 1위 비철금속업체를 넘어서 2차전지 소재 부문에서도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폐배터리 수거부터 동박, 전구체 생산으로 이어지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의 가치사슬을 구축 중이다. 이 분야에 1조원 넘는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이날까지 급등했지만, 주가는 비교적 저렴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14.88배다. 2차전지 사업을 전개하는 SKC(20.3배) 일진머티리얼즈(32.1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고려아연은 물론 장 회장이 지배하는 영풍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영풍은 지난달 31일 6만7000원(10.63%) 오른 69만7000원에 마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