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빅테크 수수료 결정에 직접 개입할 의사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0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수료는 시장참여자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될 사안으로 감독당국은 이에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추진 중인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한 공시방안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합리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빅테크·핀테크 업계 간담회에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플랫폼 수수료는 사회 다방면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던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에는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빅테크 대표들과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변영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날 디지털 금융 혁신 지원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예금, 보험, 온라인투자연계(P2P) 등 다양한 금융회사의 상품들을 비교·추천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플랫폼은 소비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종합 금융상품 백화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금융중심지지원센터를 통해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해 국내 유망 핀테크사가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투자 유치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해외 핀테크산업 관계자를 국내에 초청해 국내 핀테크사의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금감원 핀테크 현장자문단은 핀테크지원센터와 공조를 통해 원스톱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금융규제에 대한 자문뿐만 아니라 핀테크 유니콘으로 도약할 수 있는 노하우도 전수하는 등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종합 컨설팅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빅테크·핀테크는 금융산업 내 영향력을 나날이 키워가고 있으며 타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금융업의 특수성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에 책임 있는 금융 혁신(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 원장은 "금융상품 추천의 핵심인 알고리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기술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가까운 미래에는 국민 대다수가 여러분이 설계한 알고리즘에 기대어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 플랫폼의 이익이 아니라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등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플랫폼에 고객 정보가 집중되는 만큼 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 단 한 번의 정보 유출 사고로도 국민들의 신뢰는 저만치 멀어질 것이며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소비자 정보 주권을 최우선가치로 고객 정보를 수집·활용하여 주시고, 정보 주체인 소비자가 원치 않는 경우 플랫폼의 앱 화면 등에서 정보 동의 철회권도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고령층 등에서 디지털 소외, 차별이 발생하는 점도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뛰어난 기술이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는 곳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란다. 금융당국도 시니어 앱 구성 지침을 마련하는 등 고령 금융소비자의 디지털금융 접근성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적인 금융혁신을 통해 여러분들이 영위하시는 사업을 크게 성장시켜 주시기 바란다"며 "이를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성공적인 창업 신화의 본보기가 되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원장은 "빅테크, 핀테크의 창의와 기술 기존 금융회사의 금융 노하우와 업력 등 각자 가지고 있는 장점을 활용해 다 같이 협업하는 생태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금융감독원도 업계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감독 관행과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나가며 여러분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 나가겠다"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