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최저임금 구분적용…주목받지 못한 이정식 장관의 말말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로 행보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연이틀 점거현장을 방문, 노사 협상을 배후 지원해 공권력 투입과 폭력 사태 없이 해결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들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그래서인지 이 장관이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정책과 입법 관련 발언에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선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 사태를 계기로 핫 이슈가 된 '노란봉투법' 이야기입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으로, 과거 쌍용자동차가 노조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시민단체 등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 데서 유래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하이트진로 사태에서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서자 노란봉투법 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고려대에서 열린 '2022 한국노동사회포럼'에서였습니다. 이 장관은 "법은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절차가 정당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법은 지켜져야 하고 엄정하게 집행돼야 한다"면서 노란봉투법 제정에 대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현행법 상 '정당한' 파업이라면 현행법으로 보호되고 있다는 정부의 원칙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입니다. 동시에 노동계 출신의 고용장관이 노동계 요구에 가로저은 것으로 노동계 반발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과 관련해서도 '소신발언'이 있었습니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간제법 개정안에 대해 악용 우려를 표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간제법 개정안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6개월 이상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계약종료 30일 전 해고예고제를 도입하고 이를 어길 경우 30일치의 통상임금을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개정안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악용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3개월씩 채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 차별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저임금과 관련 노동계에서는 아예 구분적용 논란을 없앨 수 있도록 '구분적용 가능' 조항인 최저임금법 4조 조문 삭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을 받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입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법 개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해당 제도를 도입했을 때 취지는 여러 위험성을 통해 운용의 묘를 기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존의 법 조항을 없애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을 놓고 경영계 일각에서는 "노동계 출신 장관이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다소나마 줄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동시에 "고심하던 이 장관이 드디어 자세를 고쳐앉은 것 아니겠느냐"는 관전평도 있습니다.

반면 아직까지 기대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30일 열린 조선업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차담회에서는 "조선3사가 이중구조 문제를 풀어나가는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상생협의체에 적극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실상 원청이 하청의 근로조건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문을 한 셈입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