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던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미국 중앙은행(Fed)·유럽중앙은행(ECB) 고위 관계자들이 높은 수준의 금리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일본중앙은행(BOJ)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쏠린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Fed가 내년 초 4%를 약간 넘는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Fed는 지난 6월과 7월,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를 2.25∼2.5% 수준으로 올렸다. 메스터 총재는 이러한 수준의 금리가 2023년 내내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전날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며 "경제에 부담이 될 정도의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1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ECB도 강력한 긴축을 시사했다.외신에 따르면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이날 잭슨홀 회의에 발언자로 나서 "설령 경기침체에 진입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정상화의 길을 계속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다는 첫 번째 신호에 곧바로 통화 긴축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CB 집행이사인 마틴스 카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선제적인 금리인상이 합리적인 정책 선택지"라며 "우리(ECB)는 0.50%포인트와 0.75%포인트 인상안 모두를 가능한 조치로 논의하는 데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ECB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며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추가 금리인상 예고 속 고위 당국자들의 강력한 발언이 잇따르면서 ECB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주요국의 강력한 긴축 정책 속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달까지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한은 금통위는 올해 두번 남은 10월, 11월에도 금리를 연달아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 설립 후 사상 유례없는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것이다.

잭슨홀 회의에 참석했던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한국 정부로부터는 독립했지만 Fed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다"며 "금리인상 종료시점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주요국과 정반대의 입장을 내놔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일본은 올해 말까지 물가상승률이 2% 또는 3%에 접근하고 내년에는 1.5%를 향해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통화완화를 계속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4%를 기록했다. 4개월 연속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웃돌았고 상승 속도 또한 가팔라졌으나, 전문가들은 구로다 총재임기가 종료하는 내년 4월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은행이 막대한 일본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일본은행의 전체 자산 736조엔 가운데 국채는 526조엔 규모다. 이는 전체 국체 잔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이에 따른 차액만큼 평가손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포기한다면 초대형 국채 보유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韓·美·EU 긴축 고삐 죄는데…일본은 '통화완화' 외친 이유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