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양재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기아 양재동 사옥./ 사진=연합뉴스
기아의 미래 모빌리티 전환 핵심 카드인 경기 화성 전기자동차 신공장 건설이 노동조합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회사 측은 연 10만 대 규모로 우선 가동한 뒤 증설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노조는 시작부터 연 20만 대 규모로 지어야 한다며 추진을 막고 있다.

현지 생산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전기차의 미국 현지 생산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노조가 국내에 짓기로 한 공장마저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국내에서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화성 신공장 건설 일정이 지연돼 관련 부서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신공장 건설과 관련한 노사 협의를 재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화성공장장 명의로 노조에 발송했다. 노조가 신공장 규모와 외주화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고용안정소위원회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노조는 고용소위 협의를 재개했지만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사 간 가장 큰 쟁점은 공장 규모다. 사측은 목적기반차량(PBV) 시장 선점을 위해 10만 대 규모로 건설한 뒤 증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송민수 화성공장장은 노사 협의에서 “공장 규모가 커지면 공사 기간이 길어져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며 “시장을 주도하려면 빠르게 생산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처음부터 20만 대 규모를 보장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범퍼 등 부품 생산을 외주화하려 한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기아, PBV시장 선점 차질 빚나

일종의 ‘기업 맞춤형 전기차’인 목적기반차량(PBV)은 기아가 핵심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이다. PBV 공장을 빠르게 완공해 2024년 픽업트럭과 2025년 중형 PBV를 양산한다는 게 기아의 계획이다. 그러나 시작도 전에 노조가 공장 건설을 막아서면서 ‘속도전’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공장 예정 부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착공을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와 달리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 신공장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자 조지아 공장 건설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현지 시공업체 바넷서던을 통해 현장 감독관, 운전자 등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며 이들에게 한 사람당 1200달러(약 160만원)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의 IRA 시행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정진석 국회 부의장 등 방미 중인 여야 의원들은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현대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 준공(2024년 예상) 때까지 법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들은 “한국의 우려와 분노를 잘 인지하고 있지만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 또한 IRA에 긴박하게 대응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GLE 전기모델 등 10만 대 이상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