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호 삼성SDI 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주지사(두 번째)에게 충남 천안사업장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최윤호 삼성SDI 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주지사(두 번째)에게 충남 천안사업장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짓기로 한 배터리 합작공장 착공 시기를 두 달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된다는 점을 감안해 연말이 아니라 10월께 첫 삽을 뜰 것으로 전망된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에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디애나주 정부와 인센티브 논의

삼성SDI는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주지사가 지난 25일 충남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만났다고 26일 밝혔다. 최 사장은 홀콤 주지사와 합작공장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주정부의 인센티브 확정을 앞두고 세제 혜택 등 지원 규모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IRA 덕 보자"…삼성SDI, 美공장 착공 '속도'
삼성SDI는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와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연 23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향후 연 33GWh까지 생산 규모를 확장한다. 이 공장은 올해 말 착공해 2025년 1분기부터 가동할 계획이었다. 북미에서 생산한 주요 부품에 관세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2025년 7월부터 발효된다는 점을 감안한 목표였다.

그러나 IRA 시행으로 보조금 지급 시기가 내년으로 빨라져 착공 시점을 조정하기로 했다. 건설 일정에도 속도를 내면 2024년 말께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배터리 팩 공장만 있는 삼성SDI는 배터리 셀 현지 생산 일정을 하루라도 당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배터리 조달이 시급해진 현지 완성차 업체들도 한국 배터리 3사에 공급이 가능한지 문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체 공급처 찾아라

미국 생산 거점이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IRA 세부 시행령 발표를 기다리며 원자재, 소재 공급망 정비에 나섰다. IRA는 배터리 주요 원자재와 주요 부품의 조달 비중만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한 니켈을 중국에서 제련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등은 시행령이 정해져야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예상되는 시행령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세부 규칙이 나오는 대로 대책을 실행하기로 했다. 지금은 중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처를 찾고, 이들 기업의 가용 물량을 확인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했으며 원자재 매장량이 많은 호주, 캐나다, 칠레 기업들과의 거래가 늘어날 전망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한국에서 관련 보고를 받으며 중국 외 지역에서 원자재 조달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동섭 SK온 사장도 한국에서 공급망 정비를 총괄하고 있다. 중국이 대다수 시장을 장악한 흑연 등을 중심으로 공급처 발굴에 한창이다. 한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현지 완성차 업체의 요청에 따라 미국 공장 신설 및 증설 계획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IRA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의 북미 제조 비중을 2023년 50%에서 2029년 100%로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 배터리 원자재도 마찬가지다.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조달 비중을 2023년 40%에서 2027년 80%로 확대해야 보조금 수령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중국산 외엔 대안이 없는 원자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관련 규정을 빡빡하게 적용하면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