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과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과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부산시의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에 참여하기로 했다. 부산시 디지털자산거래소는 기존 암호화폐와 증권형토큰(STO),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모두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로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미신고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국내 영업을 막자 이를 우회해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산시는 바이낸스와 ‘부산 블록체인 산업 육성 및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바이낸스는 거래소 설립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를 지원하고, 부산시는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을 위한 행정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올해 안에 한국 사무국을 부산에 설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협약은 바이낸스가 먼저 부산시에 거래소 설립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거래소에 출자하는 등 바이낸스와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작년부터 거래소 설립을 준비해왔다. 신한은행 부산은행 미래에셋증권 등 금융회사와 블록체인 개발사 등으로 구성된 부산 블록체인 협회도 설립했다. 부산시는 내년 하반기에 거래소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앞서 바이낸스는 여러 차례 국내 진출을 시도했지만 자금세탁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2019년 5월 한국지사인 바이낸스KR을 설립하고 이듬해 4월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그해 12월 철수했다. 바이낸스 본사 고객과 바이낸스KR 이용자가 하나의 매매창에서 거래가 가능한 ‘오더북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자금세탁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원화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실명 계좌를 국내 은행으로부터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철수한 이유로 꼽힌다. 이후에도 바이낸스는 본사 플랫폼을 통해 한국어 서비스와 원화거래 서비스를 지속하다가 작년 9월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암호화폐거래소의 한국인 대상 영업을 금지하면서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바이낸스앱의 국내 접속자 수는 매주 16만~20만 명에 달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