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반도체·전기차 업계와 간담회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의 반도체·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에서 정부의 대응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 산업부, 반도체·전기차 업계와 간담회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의 반도체·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에서 정부의 대응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국내 자동차 단체 모임인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5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수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연합회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IRA로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산술적으로 매년 10만여 대의 전기차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당 1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면 한국산 전기차가 시장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산 전기차의 대미 수출 물량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회는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 위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국인 대우 원칙 위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비전 위배 △한·미 경제안보동맹 정신 위배 등 IRA의 네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동등한 세제 혜택을 미국에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美 인플레 감축법으로 전기차 年 10만대 수출 차질"
연합회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그동안 미국에 1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10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올해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때도 삼성 170억달러, 현대차그룹 105억달러 등 투자를 발표했다”고 강조하면서 “FTA 체결국이면서 경제·안보 동맹국인 한국산 전기차에 북미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줄 것을 미국 의회와 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관 공동으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 “필요하면 WTO의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같은 날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민관이 상시 소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다음달 열리는 IPEF 장관급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한국 정부와 기업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만 WTO 제소는 최후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정대진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WTO 제소는 말 그대로 최종적인 방안이고, 미 정부와 일단 최대한 협의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익에 침해되는 부분이 많다면 WTO나 FTA를 통한 분쟁 해결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차관보는 “9월 초부터는 유럽연합(EU) 등 한국 정부와 입장이 비슷한 국가들과 공조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 의회에서 만든 법을 행정부가 바꿀 수는 없으니 법 집행에서 유연성을 발휘해달라고 요청 중”이라고 했다.

박한신/김소현/김동현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