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14일엔 박형준 부산시장(세 번째)을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롯데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14일엔 박형준 부산시장(세 번째)을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롯데 제공
롯데그룹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특급 도우미’로 나선다. 가전, 홈케어 분야 등에서 우수 중소·벤처기업·스타트업 200곳을 선정해 미국, 독일에서 해외 바이어와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다.

롯데는 유통 6개 계열사(홈쇼핑, 백화점, 마트, 면세점, 하이마트, 코리아세븐)가 중심이 돼 다음달 5~6일 독일 베를린, 20~21일 미국 뉴욕에서 각각 ‘롯데-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를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연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한 200개사는 롯데 유통 6개사의 협력사 100개사를 비롯해 아직 거래 관계는 아니지만 우수한 제품력을 보유한 기업 100곳이다.

베를린에선 미국의 CES, 스페인의 MWC와 함께 세계 3대 가전 박람회로 불리는 ‘IFA 2022’에 참여한다. 이틀간 50개사가 통합 전시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150개 기업이 참여하는 행사에서는 상품 판촉전과 수출 상담회뿐만 아니라 유명 셰프와 아티스트들의 K푸드 및 K뷰티쇼도 펼쳐진다. 한류 콘텐츠를 적극 알리기 위한 차원이다.

롯데가 이처럼 해외에서 대규모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5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해 “롯데지주 및 유통 관련 계열사가 적극적으로 중소기업들과 협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회장은 8월 15일 특별사면을 계기로 법적 제약에서 벗어나면서 대외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앞서 6월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소비재포럼(CGF) 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 전념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의 해외 진출을 통해 우수 중기의 해외 판로 개척에 공을 들여왔다”며 “중국에서 철수하는 등 해외 사업이 한동안 정체됨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중기 지원책을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분야 국내 1위인 롯데의 유통 부문 6개사가 힘을 보태는 만큼 중기·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로봇청소기 업체 에브리봇 관계자는 “나라별로 수출할 때 요구하는 것들이 다른데, 롯데의 노하우를 통해 세세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PB(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미국, 독일 등 선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PB 분야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