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먼삭스가 한국이 이르면 내년 6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편입이 이뤄지면 국내에 600억달러(약 80조5000억원)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규모 해외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에 유입될 경우 금리가 떨어지며 정부의 이자 비용이 줄고, 달러 공급이 늘며 외환시장 안정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골드먼삭스의 호평은 정부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골드만삭스는 2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7월 외국인이 보유한 국채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면제하는 등 WGBI 편입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으면서 한국 시장의 편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순조롭게 절차가 진행되면 한국은 올해 9월 워치리스트(관찰대상국)에 포함되고, 이르면 내년 6월 혹은 9월에 실제 편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WGBI는 선진국 국채를 대표하는지수로, 전 세계 23개국 주요국 국채가 포함돼있다. 정부는 WGBI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 규모를 2조5000억달러(약335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이 WGBI에 가입할 경우 50조~60조원 가량이 국내에 유입될 것이란 게 정부의 예상이다.

골드먼삭스는 "한국이 WGBI에 포함되면 현재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비중은 2.34%가 될 것"이라며 "WGBI를 추종하는 자산 규모가 2조5000억달러이므로 한국의 지수 편입은 600억달러 내외의 자금 유입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정부의 예상보다 큰 규모다.

보고서에서 골드먼삭스는 전반적으로 한국이 WGBI 편입을 위한 조건을 상당부분 갖췄다고 평가했다. 골드먼삭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이 AA(S&P), Aa2(무디스)로 WGBI 편입을 위한 정량 조건(S&P 'A-' 이상, 무디스 'A3' 이상)을 이미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7월 세제개편안에 외국인이 보유한 국채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없애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WGBI 편입을 위해선 외환 시장 접근성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3자 외환 거래 허용을 비롯해 충분한 외환(FX) 헤지 방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채시장 간담회'를 열고 WGBI 편입 기대효과와 추진계획,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통한 외국인의 국채 투자 활성화 계획 등을 논의했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WGBI 편입과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지수 산출 기관인 FTSE러셀과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등 세제개편 뿐 아니라 해외 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외환 거래 시간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외국인이 보유한 국고채는 185조6000억원으로 전체 국고채의 20.1%를 차지했다. 외국인 국고채 비중이 월말 기준으로 2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