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DLF 소송 변호사비 손태승 회장이 부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소송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옮겨 붙었다. 우리은행은 변호사비 대납은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DLF 소송 변호사비 수사해야"


시민단체인 경제민주주의21의 김경율 대표는 24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발했다.

손태승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DLF 관련 중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가 손 회장의 변호사비를 대신 지급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2020년 1월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 통제를 부실하게 했다”며 손태승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는 중징계로 회장 연임, 금융권 취업 등에 제약을 준다. 이에 손태승 회장은 징계 취소 소송을 냈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한데 이어 지난달 2심에서도 승소했다. 금감원의 상고로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경제민주주의21은 "이번 행정소송은 법인 아닌 개인이 당사자인 처분행위에 대한 소송 임에도 대형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소송 소요기간과 우리은행 및 우리금융지주의 관련 소송비 자료 제출 거부를 감안할 때 대납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회사 법률자문 비용으로 우회적 지급 빈번하므로 해당 법무법인 비용지출 수사가 필요하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우리은행 "손태승 회장 개인 납부"


우리은행은 이번 DLF 소송이 판례·내규상 회사가 법률비용 지원이 가능한 사안임에도 손태승 회장이 직접 법무법인과 계약을 체결해 개인비용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고발한 것에 대해 고발자에 대한 명예훼손, 무고죄 등 민·형사상 조치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은 2009년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직무 관련성)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한 경우,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제반사정에 비춰 단체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단체의 법률비용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은행 내규상으로도 임직원이 적법한 업무 및 고의·중과실이 아닌 업무수행과 관련해 법적분쟁의 당사자가 된 경우 법률비용 등 소송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기관이나 금감원, 은행연합회 등도 유사한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적법한 업무처리로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소송비용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라임과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관련으로 제재를 받은 많은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도 법인비용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회장은 개인부담으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은행에서 소송비용을 대납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