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은행의 8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원·달러 환율이 변수로 떠올랐다. 환율의 추세적 상승세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8월 빅스텝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3년 4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금리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45원대를 뚫으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외환당국까지 두 달 만에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선 달러화가 워낙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환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재료가 마땅치 않은 만큼 단기적으로 1350원선을 넘어 1400원대까지 뚫고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시장에선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 뿐 아니라 경기 침체 우려도 함께 커진 만큼 한은이 무리하게 두 달 연속 빅 스텝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치솟는 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어 한은이 금리인상 속도를 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환율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얘기다. 8월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다시 오를 경우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등 일부 Fed 인사들이 긴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시장에선 6월, 7월에 이어 9월에도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Fed가 지난달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2.5%)은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미 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차 수준은 큰 부담이 된다"며 "자본유출 우려와 함께 외환시장을 다시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환율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8월 금통위가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0.25%포인트만 인상하더라도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 결정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통위 회의가 열린 후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현재 4.5%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대까지 올려 잡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올해 5%대 상승률을 기록한다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반대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경우 2.7%에서 2.5% 이하로 수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