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지난 19일 저신장 아동에게 성장호르몬제 기증서를 주고 있다.  /LG 제공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지난 19일 저신장 아동에게 성장호르몬제 기증서를 주고 있다. /LG 제공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구광모 LG 회장의 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44)가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오너 일가에서 여성의 경영 참여가 드물던 LG그룹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LG에서 ‘오너 여성 경영인’의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저신장 아동 성장호르몬제 기증식’에 참석했다. 저신장 아동 192명에게 15억원 상당의 성장호르몬제를 지원하는 행사였다. 구 대표는 이날 지원 대상 아동에게 기증서를 전달하며 “성장호르몬제 치료를 통해 더 많은 저신장 아동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지난 4월 LG복지재단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와 미국 워싱턴대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뒤 10여 년간 공익단체에서 경험을 쌓았다. 평소 사회복지 사업에 관심이 많아 LG복지재단 경영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복지재단은 구본무 전 회장이 애착을 보인 사회공헌사업인 ‘LG 의인상’을 총괄하는 곳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LG뿐 아니라 LS, LX 등 범LG가(家)는 그동안 장자 우선, 남성 중심으로 경영을 이어왔다”며 “구 대표를 계기로 LG 오너 일가에서 여성의 활동이 활발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과 LG 오너가의 사회공헌 경쟁 구도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이사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하면서 각 기업의 사회공헌 역할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LG는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1995년부터 저신장 아동 성장호르몬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해마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전문의 추천을 받아 경제적 사정으로 치료가 어려운 저신장 아동을 지원해왔다. 28년간 총 2083명이 지원받았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