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통위…전문가들 "경기 우려 등에 빅스텝 가능성 작아"
"수출둔화·투자위축에 경기하강…올해 성장률 2%대 초중반에 그칠듯"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5%대로 크게 올려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6% 넘게 치솟은 소비자물가가 아직 정점을 지났다고 확신하기 어려운데다, 미국의 기준금리(정책금리)가 이미 우리보다 높아진 상태에서 격차가 더 벌어지면 물가·환율 등에 불리한 만큼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수출 증가세 둔화 등과 함께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면서, 한은이 무리하게 두 달 연속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은, 기준금리 0.25%p 올리고 올해 물가 5%대로 상향 예상
◇ 외환위기 이후 최대 인플레·한미 금리역전에 '인상 불가피'
2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까지 커졌기 때문에, 인상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뛰었는데, 이는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더구나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4.7%로 6월(3.9%)보다 0.8%포인트나 더 올라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약간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하반기까지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이 물가 대응 차원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격차를 좁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여, 한은으로서는 환율 방어 차원에서라도 기준금리를 높여야 할 처지다.

최근 공개된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통화 긴축 의지가 다시 확인되자,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장중에 1,328.8원까지 뛰어 연고점을 경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물가 상승세가 워낙 거세고 한·미 금리 역전을 장기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13일 빅 스텝을 결정하면서 상당수 금통위원도 비슷한 근거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 위원은 "물가와 고용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이유는 충분하며, 실물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과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향후 물가·경기 전망, 금융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자본유출 규모가 단기간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따라서 내외 금리차가 우려할 만큼 확대되지 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 기준금리 0.25%p 올리고 올해 물가 5%대로 상향 예상
◇ "경기침체 가능성·미국 긴축 속도 조절 등 고려해 베이비스텝 유력"
하지만 전문가들은 불안한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금통위가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빅 스텝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때문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한은으로서도 0.5%포인트를 올리기에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최근 경기 침체 가능성 때문에 연준이 내년 중반께 통화 긴축 기조를 멈추거나 완화 쪽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이 한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 역전에 대해서도 "역전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고, 우리가 지금 빅 스텝을 다시 한번 밟는다고 역전 상태가 완전히 해소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빅 스텝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연준이 9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이 아니라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 정도로 속도를 조절할 것 같다"며 "물가 상승세도 미국에서 다소 꺾였고, 국제 유가나 원자재 가격도 조금 떨어진 만큼 굳이 한은 금통위가 빅 스텝을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 지침)를 0.25%포인트 인상 전망의 근거로 드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이 총재는 지난달 빅 스텝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한 바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등이 예상보다 더 높게 나타나지 않으면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한은이 이미 예고했는데, 실제로 그 뒤로 유가가 좀 떨어지면서 에너지 부문 등에서 물가가 다소 안정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빅 스텝 이후 국내 경기 흐름이 한은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만큼 이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따라 다시 0.25%포인트 인상 기조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대체로 금통위가 남은 10월, 11월에도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에 이르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뒀다.

◇ "물가 상승세 빨리 진정되기 어려워…올해 상승률 5% 넘을 것"
금통위 회의가 열리는 25일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도 내놓는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은이 현재 4.5%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대까지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올해 5%대 상승률이 현실로 나타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공급측 요인에 이어 수요측 요인을 반영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5.2% 정도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며 "최근 유가가 빠르게 하락했지만, 연평균 유가는 아직 지난 5월 한은이 예상한 유가 수준인데다 농산물,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하고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5.3% 정도로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물가 정점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고,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정도 정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 역시 한은이 물가 전망치를 5%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물가 정점이 확인되는 시기가 늦어져 물가 고점이 늦가을 정도에나 나타날 것"이라며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외식과 서비스 물가 등 한번 오르면 내리기 어려운 부문의 물가가 요즘 많이 올라 국제 곡물, 에너지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도 국내 물가 상승세가 빨리 진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와서 추석 전후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물가 급등세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근거를 설명했다.

반대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경우 2.7%에서 2% 초중반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전 교수는 "소비, 투자, 수출 중 하나라도 가시적으로 살아났다는 증거가 지금 없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질 것"이라며 "수출은 세계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늘지 않을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효과가 소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도 "한은의 기존 성장률 전망치(2.7%)는 너무 높은 것 같다"며 "우리(LG경영연구원)는 2%대 초반 정도로 보는데, 예상보다 좋으면 2%대 중반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고, 경기 침체 우려와 재고 증가로 기업의 생산과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더구나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과 구매력이 떨어지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도 겹쳐 소비의 지속적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고,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지출을 늘릴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에 경제 성장률이 높아질 요인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주 실장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4∼2.5% 정도까지 많이 낮아질 것"이라며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았지만, 소비만 기대 이상이었을 뿐 수출이 많이 둔화했고, 이후로도 계속 여러 나라의 경기 침체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