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자신에게 꼭 맞는 화장품을 찾고 싶어 한다. 아무리 비싸도 내 피부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화장품 제조사들이 ‘맞춤형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데이터가 늘 난관이었다. 인종·상황·연령 등 다양한 변수에서 수집된 피부 데이터가 있어야 상품을 세분화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이 피부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4년여의 연구 끝에 언제 어디서든 피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맞춤형 화장품 개발에 ‘성큼’

아모레 '맞춤형 화장품' 나온다…R&D 승부수
19일 아모레퍼시픽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피부 상태를 측정 및 분석할 수 있는 장비인 ‘칩-리스 무선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김지환 MIT 교수 연구팀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연구 내용은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지’에도 실렸다.

피부 임상 연구를 하려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 장소에서 고가의 진단 장비로 측정해야만 한다. 장소 제약이 컸다는 얘기다. 극한의 추위나 더위, 건조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피부를 진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전자 피부를 피실험자의 손목이나 볼 등에 붙이고 있으면 개인의 피부 상태에 관한 데이터가 연구소에 전송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자 피부는 칩이 없는 단결정 반도체를 사용해 센서 민감도가 높고 굴곡진 피부에도 부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칩 통기성이 우수하고 배터리 없이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피실험자의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새로운 피부 빅데이터를 구축함으로써 비행기 승무원처럼 특수한 환경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이들만을 위한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의 화두인 탈중국을 위해서도 연구개발(R&D)은 필수다.

“세계 시장 노리려면 추가 R&D 필수”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한 주요 화장품 회사는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중동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화장품 회사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약진한 이유는 두 나라 기후가 비슷해 소비자 피부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종의 피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발효 균주를 연구하기 위해 일본 홋카이도에 마이크로바이옴(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의 총칭) 센터를 설립했다. 자연발효 숙성 시설, 발효 균주를 분리하는 실험실 등을 갖춘 곳이다. 이곳을 거점으로 동북아시아, 북미 등 다양한 글로벌 소비자에게 맞는 화장품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인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할랄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