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총파업 투표 가결…내달 16일 총파업 돌입
시중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됐다. 금융노조가 다음달 16일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3산별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93.4%의 찬성률로 파업안이 가결됐다고 19일 밝혔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임금 6.1% 인상과 주 36시간(4.5일제) 근무, 영업점 폐쇄 중단 등을 놓고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임단협 결렬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쟁의 조정도 실패하자 파업을 결의했다.

금융노조는 오는 23일 서울을 시작으로 25일 대구, 다음달 1일 부산에서 총파업결의대회를 여는 등 파업 동력 확보에 나선다.

하지만 금융노조가 은행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을 임금 인상 명분으로 삼은 것에 대해 금융권 내부에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은행이 영업을 잘해서 낸 실적이 아니라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이자 이익이 급증해 거둬들인 수익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26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8%(4조1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연 2.92%에서 연 4.23%로 1.31%포인트 뛰었다.

은행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유독 은행만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기존보다 1시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노조의 요구대로 지금보다 4시간 줄어든 주 36시간 근무까지 도입하면 영업점 직원이 감소해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노년층 고객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백억원 횡령 사건과 수조원대 이상 외화송금 등 잇따른 금융 사고로 은행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귀족노조’로 불리는 금융노조가 사회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6.1%)은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1.4%)은 물론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체의 평균 협약 임금 인상률(5.3%)을 웃돈다.

사용자 측은 최근 비공식 만남에서 기존 임금 인상안(1.4%)보다 높인 1.9%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금융노조는 거부했다.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탓에 실제 금융노조의 파업 참가율이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6년 금융노조 총파업 때도 참가인원은 1만800여명으로 전체 은행원의 15%만 참여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가율은 2.8%에 그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