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서명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아이오닉5, EV6 등이 당장 보조금 혜택을 못 받게 돼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서 잘나가는 아이오닉5·EV6 당장 비상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플레 감축법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를 세액공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단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국내 전기차들로선 큰 걸림돌을 만났다. 현재 미국 시장에 판매 중인 현대차·기아의 아이오닉5, EV6, 코나EV, GV60, 니로EV는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된다.

특히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현지 시장에서 잘 나가는 전기차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아이오닉5와 EV6는 미국에서 2만1467만대 판매됐다.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현대차·기아의 올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9%를 기록, 테슬라의 뒤를 이어 2위로 치고 올라갔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조립 라인이 없다. 앞선 5월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으나 2025년 완공 예정이다. 공장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미국 시장에서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면담 장소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5월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면담 장소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국자동차연구원 "美中 모두 협력 추진해야" 조언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미국의 인플레 법안이 중국을 겨냥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되는 만큼,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중국과의 협력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자연은 "세계 최고의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기업과 협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미국 기업의 전략과 산업 동향을 분석해 세부적 협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이 중국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 지위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서 중국과의 소통·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미래차 산업 경쟁력 을 끌어올리기 위해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자연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기차 핵심광물 수입선을 다변화할 경우 원가 상승으로 인해 전기차 가격이 오르고 그에 따라 정부의 보조금 지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미와 동시에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고 있는 핵심광물 생산국 호주, 칠레, 인도네시아와 광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