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납품단가 연동제의 자율적 확산에 주력하고 법제화 여부는 추후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으로 강제화하기로 한 중소벤처기업부에 비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해 “추진 중인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 등 시장 자율적 납품가 확산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다음달부터 6개월간 시행하는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공정위와 중기부는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를 배포하고, 특별약정서·연동계약서를 채택하는 기업에 우수기업 공정거래 협약평가를 반영하는 등 납품대금 연동제를 기업 자율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운영에는 대기업 중소기업 등 30여 개사가 참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시장의 가격 기능을 법률로 통제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시장의 자율규제 확산에 방점을 둔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은 정치권 일각과 중기부가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원자재값 상승으로 하도급 업체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중기업계의 호소에 납품단가 연동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윤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비판 의견을 반영해 법제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일부 경제단체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하면 하도급 업체들의 원가 절감 유인이 줄어들고, 연동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돼 물가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고물가가 심화되자 중기부는 납품단가 연동제 강제화를 위한 입법작업을 부처 차원에서 착수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지난 14년간 중소기업계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상생의 문을 열어야 할 때”라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4월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률로 강제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종합 근절대책을 마련해 철저히 차단하기로 했다. 신고포상금을 상향하고 기술유용감시 관련 조직과 인력을 확충해 수시로 직권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과징금을 올리고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높이는 등 피해구제 실효성도 높이기로 했다.

피조사기업이 공정위 조사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도 신설한다. 공정위는 앞으로 조사를 받는 기업에 구체적인 조사 대상과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알려주고 자료제출 등 조사 과정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위원회의 심의 이전 단계부터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한다. 공정위는 진입규제, 사업 활동 제약 등 규제 혁파를 위해 공공기관 단체급식 입찰기준 완화와 카셰어링 사업자 영업 구역 규제개선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