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군 세도면 귀덕리에 있는 옛 인세초등학교. 지난 11일 찾은 이곳에선 초등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 대신 트로트 가락이 울려 퍼졌다. 교실에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老)학생 수십 명이 강사의 선창에 따라 노래를 흥얼거렸다.
인구 재앙…지자체 절반 '소멸위험'
이들은 2018년 폐교한 인세초 자리에 들어선 세도노인대 학생이다. 인세초는 한 학년 학생이 10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사라진 반면 세도노인대는 학생이 150명이 넘는다. 1961년 인세초를 졸업했다는 최영혁 세도노인대 사무처장(74)은 “노인대학이 된 모교에 다시 등교할 줄은 몰랐다”며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 사무처장은 자신이 졸업할 때만 해도 인세초 학생이 800명을 넘었다고 했다.

세도노인대는 늙고 쪼그라드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경제신문 취재진이 충남 부여, 경북 군위, 전남 고흥, 부산 영도구 등 ‘인구 소멸 우려지역’을 둘러본 결과, 곳곳에서 ‘인구 재앙’의 전조가 뚜렷했다. 군위군 삼국유사면에선 지난 2년간 10여 명의 노인이 사망했지만 신생아는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한 명뿐이었다. 고흥군 소영마을 주민은 1990년 649명에서 현재 163명으로 75%나 줄었다.

인구 문제는 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시는 지난해 전국 특별시 및 광역시 중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인구 중 65세 이상이 20% 이상)에 진입했다. 특히 영도구는 지난 10년(2011~2020년)간 인구 감소율이 20.9%로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높았다. 서울 잠실여고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같은 재단 일신여중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 재앙은 전국 단위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인구는 건국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2001년 50만 명가량이던 출생아는 지난해 약 26만 명으로 반토막 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구와미래전략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금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 이후엔 2년마다 울산시만큼의 인구(현재 112만 명)가 줄어들고, 2100년이면 한국 인구가 180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28개 기초지자체 중 약 50%인 113곳을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소멸위험 지역은 2010년 61곳에서 12년 새 거의 두 배가 됐다.

부여=강진규/군위=오경묵/고흥=임동률/부산=민건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