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섬유·화학 계열사이자 대표적인 ‘황제주’로 꼽히는 태광산업이 올 2분기에 10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냈다. 경기침체 여파로 섬유·화학이 동반 부진을 겪고 있는 데다 마땅한 신규 사업이 없는 상황이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태광산업, 10년 만에 '적자'…섬유·화학 동반 부진 쇼크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올 2분기에 연결 기준 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태광산업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낸 건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호조로 사상 최대인 35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 들어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원재료값 상승 여파로 실적이 추락했다. 주력 판매제품인 스판덱스는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원재료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1950년 설립된 태광산업은 국내 최초로 아크릴섬유(1967년)와 스판덱스(1979년)를 생산한 국내 대표 섬유·화학기업이다. 수익 구조도 탄탄해 연결 기준 연간 영업손실을 낸 건 2001년과 2006년 두 차례뿐이다.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및 공정가치금융자산 포함)은 올 2분기 기준 1조4180억원으로, 총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은 29.4%에 달한다. 경쟁업체 평균치(5%)를 크게 웃돌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단기차입금은 763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깝다. 부채 비율도 23.1%에 불과하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신규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호진 전 회장이 횡령·배임 등 ‘오너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2012년 이후 신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지난해 LG화학과의 아크릴로니트릴(AN) 합작법인인 티엘케미칼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5월 타이어용 아라미드 증설을 위해 1450억원을 투입한 게 사실상 유일한 투자였다.

주주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주당 100만원이 넘어 ‘황제주’로 불렸던 태광산업 주가는 지난 12일 89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유동주식 비율이 워낙 낮아 주가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추락한 것이다. 12일 태광산업 주식 거래량은 350주에 불과했다. 주주들은 주식 유동성 확대를 위해 액면분할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