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페이도 신용카드처럼 규제…업계 "소비자 편익 줄어들 것" 반발
금융위원회가 체크카드와 네이버·카카오·쿠팡페이 같은 직불·선불 지급수단도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부가서비스를 엄격하게 규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일부에서 이미 논란이 된 ‘미끼 마케팅’을 방지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선 “오히려 소비자 효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발한다. 금융규제의 새 판을 짜겠다던 금융위가 옛 규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달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감독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16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정안은 체크카드와 OO페이 같은 선불·직불 지급수단(전자지급수단 포함)도 신용카드와 똑같이 연계·제휴서비스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연계서비스를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는 것을 금지하고, 변경할 땐 6개월 전에 고지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위는 “(선·직불 지급수단은) 신용카드와 기능상 비슷한데도 규제 차익이 있다”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 관점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드(겸영)업자 22개사와 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88개사 모두 규제를 받게 된다.

이번 규제의 발단은 토스뱅크의 체크카드 혜택 축소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작년 10월 출범하면서 파격적인 캐시백 혜택을 내건 체크카드로 가입자 360만 명을 끌어모았던 토스뱅크는 올해 1, 7월 연달아 카드 혜택을 축소·변경하며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기존 카드사들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그동안 정상적으로 서비스해온 체크카드와 간편결제(페이) 서비스도 이번 ‘일괄 규제’에 묶이게 됐다. 한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페이 서비스는 신용카드와 달리 연회비나 유효기간, 유료 부가서비스 등이 없다”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그때그때 소비자 수요와 소비 패턴 등에 맞춰 제공하는 일회성 프로모션까지 규제하면 소비자 편익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말은 기간제라면서 실질은 비슷한 혜택을 연장하는 경우라면 사실상 서비스 변경으로 보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며 “단기·일시 프로모션은 앞으로도 규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금융위가 규제 차익을 해소하겠다며 옛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법을 택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 차별적 규제에 대해 “한쪽을 못하게 하는 하향 평준화보단 규제를 풀어주는 상향 평준화가 바람직하다(은성수 전 금융위원장)”던 과거 입장보다 후퇴한 것이기 때문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