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A프라이빗에쿼티(PE)는 올초 B사 지분을 1000억원대에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최근 거래를 포기했다. 인수 자금 모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A PE 대표는 “반년 넘게 기관투자가(LP) 마케팅을 다녔지만 결국 펀드레이징을 완료하지 못했다”며 “인수금융 금리가 올라 펀드 투자를 통한 기대수익률 예상치가 떨어지면서 기관들이 PEF 투자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근 분위기”라고 말했다.
高금리에 인수금융 '꽁꽁'…"딜 혹한기 왔다"
치솟은 인수금융 금리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등 주요 금융회사는 인수합병(M&A)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인수금융 금리로 연 7% 이상을 내걸고 있다. 한 해 전 인수금융 금리가 연 3~4%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배 수준으로 비싸진 것이다.

올 하반기엔 인수금융 금리가 연 8~9%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작년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환경에서 호황을 맞았던 인수금융 시장이 올 들어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면서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자 비용이 늘어날수록 PEF들의 기대수익률 달성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통상 국내 LP들이 사모펀드 출자를 약정할 때 요구하는 최소 기대수익률(IRR·내부수익률)은 연 8% 정도다. 인수금융 대출 금리가 연 8%까지 오른다는 건 이자비용을 최소 기대수익률만큼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특정 투자처를 정한 뒤 자금을 모으는 ‘프로젝트 펀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대수익률이 매우 높은 ‘대박’ 딜이 아니라면 시장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진 당분간 프로젝트 펀드 출자를 검토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대형 공제회의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지난해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시중은행 대출이 가로막힌 회원들이 공제회에서 대출받는 경우가 크게 늘어 운용 자금 여력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펀드가 없어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투자해야 하는 중소형 PEF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한 PEF 관계자는 “큰 자금줄이었던 새마을금고도 프로젝트 펀드를 아예 검토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라며 “상당수는 올해 농사가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PEF 대표는 “PEF는 평판 관리가 생명인데 펀드레이징을 못해 거래가 무산됐다는 소문이 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진행하던 투자도 잠시 멈추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가뭄 지속될 듯
이런 상황에선 투자처가 정해져 있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초대형 PEF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수십조원 규모 펀드를 거느린 글로벌 PEF는 인수금융 대출을 받지 않아도 펀드 자금만으로 많게는 수조원 투자도 집행할 수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을 받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블라인드 펀드가 없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프로젝트 펀드 자금을 모으지 못해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형 PEF들은 올해 블라인드 펀드 모집에 속속 나서고 있다.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각각 조 단위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스톤브릿지캐피탈, SG PE, 아주IB 등은 수천억원대 펀드를 모집 중이다.

하지만 대형 PEF도 인수금융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 PEF 운용역은 “블라인드 펀드도 하나의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이 정해져 있어 일정 금액은 별도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모아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수금융 시장 위축 영향을 적지 않게 받는다”고 했다.

작년 11월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 인수 계약을 맺은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지난달에야 가까스로 잔금 납입을 마무리한 것도 이런 이유다. 거래대금 약 4000억원 가운데 1800억원을 프로젝트 펀드로 모집했는데 금액을 채우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인수금융 금리가 더 오르면 ‘딜(거래) 가뭄’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