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 글로벌 선두 해운사들이 앞다퉈 항만 터미널 확충과 친환경 선박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해운업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국적 원양 선박 HMM 로테르담호.  연합뉴스
머스크 등 글로벌 선두 해운사들이 앞다퉈 항만 터미널 확충과 친환경 선박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해운업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국적 원양 선박 HMM 로테르담호. 연합뉴스
HMM의 현금성 자산이 12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11조9326억원)보다 많다. 실적과 보유 자산을 고려하면 HMM 주가는 극도로 저평가받고 있다. 저평가된 주가 덕분에 외려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 인수 가능 후보군으로는 현대글로비스 SM그룹 포스코홀딩스 장금상선 등이 거론된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M은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2조6858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6조5272억원)보다 두배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 회사는 언제든 뽑아 쓸 수 있는 당좌성예금 등 현금성 자산이 3조4338억원에 달했다. 국공채와 정기예금 등 만기가 1년 미만인 기타유동금융자산은 7조9931억원, 주식 등 당기손익인식자산은 8495억원에 달했다. 유동성파생상품자산(2626억원), 기타유동자산(1468억원) 등에 달했다. 이들 자산은 언제든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6조648억원을 올리는 등 역대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덕분에 현금성 자산이 역대급으로 불었다. 실적이 큰 폭 불어나면서 이 회사의 각종 재무구조 지표는 모두 좋아졌다. 올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45.7%로 작년 말보다 26.9%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12일 기준 시가총액(11조9326억원)을 넘어선다. 그만큼 이 회사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71배 수준이다. 1~2년치 순이익이 시가총액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HMM의 PER은 해운업계 업종 평균 PER인 6.78배를 크게 밑돈다.

이 회사 주가를 누르는 것은 지배구조 문제다. 산업은행(보유 지분 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가 HMM 지분 40.65%를 쥐고 있다. 이들 대주주가 보유한 HMM 영구채(영구전환사채·신종자본증권)는 2조6798억원에 달했다. 산업은행 등은 이 영구채를 주당 5000원에 HMM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영구채를 모두 주당 5000원으로 전환할 경우 5억3578만주가 시장에 쏟아진다. 현재 이 회사 총주식수(4억8903주)를 웃도는 규모다. 영구채 전환이 주가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하지만 HMM을 인수하는 입장으로 보면 이 같은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영구채 전환으로 재무구조와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하지는 않고 주가에만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낮아진 주가가 반영되면서 이 회사 매각가는 저렴해진다. HMM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인수금액을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도 지난 11일 HMM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계획을 밝힌 만큼 인수를 앞두고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벌써 이 회사 인수를 앞두고 다수 후보자가 거론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SM그룹 포스코홀딩스 장금상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SM그룹은 HMM 지분 5.52%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이 회사들은 표면적으로는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히지만, HMM이 매물로 등장하면 인수 작업을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