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되면서 삼성 안팎에서 경영 복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들어가고 있다. /허문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되면서 삼성 안팎에서 경영 복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삼성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들어가고 있다. /허문찬 기자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2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직후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 부회장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공식 복권일은 오는 15일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사실상 멈춰 있던 인수합병(M&A)과 신성장동력 발굴 및 투자 등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뉴 삼성’ 시동 건다

'경영복귀 족쇄' 풀린 이재용…반도체 전쟁·M&A 진두지휘한다
이 부회장의 복권 소식에 경제계에선 ‘삼성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전자 미등기 임원인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에 걸려 공식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 못했다.

삼성 안팎에선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 경영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2017년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삼성전자의 M&A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124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여러 차례 M&A에 대한 의지를 밝혀 왔다. 지난해 1월 실적 발표회에선 “3년 내 의미 있는 수준의 M&A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1월 “조만간 좋은 M&A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복권에 대비해 신규 투자를 위한 인재 영입을 강화해 왔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주 반도체 총괄(DSA)에 패키징 솔루션센터를 신설하고, 애플 출신인 김우평 센터장(부사장)을 선임했다. 4월에는 반도체업계 M&A 전문가인 마코 치사리를 삼성반도체혁신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M&A를 위한 인력, 자금 준비를 꾸준히 해 왔다”며 “이 부회장이 ‘단추’만 누르면 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6만전자’에 갇힌 삼성전자의 주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올 2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 70조원이 넘는 역대급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주가는 같은 기간 하락 일로였다. 지난해 9월 1일 7만68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5만~6만원대에 머물렀다. 이 부회장 복권 발표가 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5만9900원)보다 0.5% 오른 6만200원에 마감했다.

회장 승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자동차와 LG, SK 등이 모두 안정적인 3세 경영에 들어간 만큼 이 부회장도 정식으로 회장 승진을 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경영 일선에서 5월 발표한 450조원 규모 투자와 8만 명 신규 고용 계획을 실행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경제계 “이 부회장을 기다렸다”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 주력 사업인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부문을 적극 챙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에 생산 라인을 두고 있어 한국의 칩4(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 참여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든 관계가 악화하면 반도체 생산 및 판매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폭넓게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발휘되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컨대 이 부회장이 미국의 중국 규제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예외 조항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이날 일제히 주요 기업인 사면·복권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번에 사면된 분들이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 국가의 미래 번영을 이어가기 위해 역할과 책임을 다해줄 것으로 본다”고 논평했다.

전경련은 “경제계는 사업보국의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경총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경영 일선에 복귀 할 기회를 준 특별사면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은/박신영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