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로봇 인공지능(AI) 연구소’를, 한국에 ‘글로벌 소프트웨어(SW)센터’를 세운다고 12일 발표했다. 미래 차 시대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로봇 AI와 SW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중국 샤오미는 이날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을 공개했고, 테슬라는 내년 말 개인 로봇 비서인 ‘테슬라봇’을 생산한다.
로봇 시장, 3년 뒤 230조원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로봇 AI 연구소인 ‘보스턴다이내믹스 AI 인스티튜트’(가칭)를 설립하기 위해 4억2400만달러(약 5500억원)를 출자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13조원 중 일부로 연구소를 세운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로봇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지분 투자에 나선다.

연구소 위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 케임브리지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마크 레이버트가 최고경영자(CEO) 겸 연구소장을 맡는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하버드대 등과 협업을 추진하고, 현지 핵심 인재를 영입해 로봇 AI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로봇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봇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운동지능, 인지지능 등 차세대 로봇의 근간이 되는 기반 기술을 개발한다. 외부와의 상호작용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을 학습시키고, 로봇 기술의 범용성을 확대하는 AI 모델도 연구한다. 중장기적으로 AI 플랫폼을 판매해 자체 수익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가 지난해 570억달러(약 74조원)에서 2025년 1772억달러(약 231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 안내를 담당하던 서비스 로봇이 개인 비서용 로봇으로 ‘진화’하거나, 물건을 이동시키는 데 그치던 물류 로봇이 자동화 창고로 발전하는 등의 변화가 예상된다.
포티투닷, 4276억원에 인수
한국에 설립하는 글로벌 SW센터는 현대차그룹 SW 개발의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미래 자동차산업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편된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관련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센터에서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 개발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SDV는 차량의 소프트웨어 기능을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OTA 기능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에 차량의 물리적인 기능은 연식 변경 등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향상됐지만, 이제는 무선으로 인포테인먼트부터 운전자보조장치, 물리적인 성능까지 높일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라 SW 투자 규모를 늘리며 자동차를 ‘바퀴 달린 전자제품’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날 포티투닷을 4276억원에 인수하겠다고 공시한 것은 글로벌 SW센터로 SW 개발 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해서다.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의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글로벌 SW센터 위치와 센터장은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용 SW 시장은 2020년 169억달러에서 2025년 37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SW센터를 통해 내부 인재를 양성하고, 외부에서도 전문 인력을 영입하기로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