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통해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최대 10만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인 SK시그넷의 미국 공장 신설 계획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美 생산공장 신설 추진
전기차 충전기도 보조금 10만弗…SK시그넷, 美 공장 신설 '탄력'
미국 하원은 최근 상원을 통과한 IRA를 12일 표결할 예정이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이 220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이 법안에는 전기차 보조금 규정 신설과 함께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최대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은 시설 원가의 30% 또는 최대 3만달러(약 4000만원)의 보조금만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이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돼 미국에서 충전기 설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IRA 효과로 미국 공장 신설을 저울질하고 있는 SK시그넷의 현지 진출 계획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SK시그넷은 올해부터 미국 공장 신설에 따른 수익성을 따져보고 있다. 미국에서 현지 부품으로 충전기를 제조하면 부품비만 기존보다 50%가량 뛰어 원가 절감 방안이 필요했다. 충전기 제조는 기존 부품을 사 와 조립하는 형태라 재료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IRA로 충전 인프라 보조금이 상향돼 수익성 확보가 수월해진 셈이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지난달 말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미국에서 사업하기 위해 생산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라며 “이사회를 통해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표가 직접 IR에 나섰다는 점을 토대로 미국 진출이 가시화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바이든 회담 때도 등장
지난달 말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화상 회담에 오승준 SK시그넷 미국법인장이 함께해 관심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배석자 명단에 없었는데 회담 전날 갑자기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주정부 인센티브 등을 유도하기 위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트리튬이 공장을 짓는 등 글로벌 충전기 제조업체들도 앞다퉈 미국에 진출하고 있다. 충전기는 자동차 제조사별로 차량 특성에 맞춘 제품을 다르게 제조해야 해 현지에 생산 거점이 있으면 수주에 유리하다.

SK시그넷은 글로벌 2위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로 미국 초급속 충전기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 영광공장에서 연 3000여 기의 충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로 지난해 매출은 799억원으로 2020년(618억원)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SK㈜가 지분 53.4%를 인수하면서 SK그룹 계열사가 됐다.

SK시그넷은 미국에서 각각 1, 2위 전기차 충전사업자인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EA)와 EV고에 초급속 충전기(150㎾·350㎾급)를 공급하고 있다. 350㎾급으로 충전하면 2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영광공장 증설과 미국 공장 신설안을 놓고 원가 경쟁력을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