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지고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보험업권의 ‘특허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보험회사들이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해 일종의 특허권인 ‘배타적 사용권’을 따낸 건수는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기간 독점적 판매권을 보유하게 된 보험사는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소비자는 상품 선택지가 다양해진 데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작년 ‘보험 특허’ 29건 승인

"시장 선점하자"…불붙은 보험상품 특허전쟁
9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 건수는 2019년 18건, 2020년 24건, 지난해 29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선 현재까지 24건의 배타적 사용권이 승인됐다. 현대해상이 5건으로 가장 많았고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각 4건)이 뒤를 이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40건을 넘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타적 사용권 제도는 보험상품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2001년 도입됐다. A보험사가 특정 상품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으면 3개월~1년 동안 경쟁사들은 이와 비슷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각 보험사가 신상품 등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 신청을 하면 생명·손보협회의 신상품심의위원회가 독창성과 진보성, 유용성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보장 내용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로운 보험 수요를 창출해 수익을 올릴 뿐 아니라 경쟁사들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선두를 점하고자 상품 고도화에 주력하기도 한다”고 했다. 가령 어린이보험의 강자로 통하는 현대해상은 올 들어서만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Q’와 ‘굿앤굿어린이치아보험’의 새로운 담보(질병악안면수술, 내향성손발톱치료, 탁장애약물치료, 치아교정치료, 악정형교정치료)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따냈다.

“‘업계 최초’ 타이틀 잡아라”

공들여 만든 상품인 만큼 소비자의 호응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의 ‘시그니처 암보험’은 지난 4월 출시된 이후 매달 10억원 이상의 신계약이 유입되고 있다. 업계 처음으로 암보험 보장 면책 기간(90일) 동안 일부 특약에 대한 납입보험료를 없애 ‘제1회 보험료 납입=보장 개시 월’ 구조를 짠 게 특징이다. 보험사들은 역선택 방지를 위해 90일간 면책 기간을 운영하는데, 기존 소비자들은 실질적인 보장을 받지 못하는 이 기간에도 관행적으로 보험료를 납입해 왔다. 생명보험협회는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한 점을 인정해 6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줬다.

DB손보가 최근 6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나에게 맞춘 간편 건강보험’도 출시 한 달 만에 5만여 건의 판매액을 올렸다. 기존의 간편고지 보험은 3개월 내 의사 필요 소견 등 단일한 유형의 병력 질문을 운영했는데, DB손보는 업계 최초로 질문 유형을 다섯 가지로 세분화했다. DB손보는 작년 말 장기상품파트를 1, 2파트로 나누는 등 상품 개발 관련 조직을 확대하기도 했다. 특히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특허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